부모가 되면 꽤 자아성찰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말이다. 어젯밤도 엄마로서, 특히나 일하는 엄마로서 나 자신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했다. 심플하게 말하면 일하느라 늦는 부모로서 내가 했던 고민의 결론은 거의 대다수의 맞벌이가 그러하듯 학원을 하나 더 늘리는 거였다. 아이돌봄서비스나 뭐 다른 여러 가지 선택지를 고려해 보았지만 결국 태권도에 피아노 학원 하나를 더 다니는 결론이 났다. 1시간 정도의 텀 때문에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애매하고, 아이가 피아노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잘 적응할지가 관건이지만, 어쨌든 예체능을 어렸을 때 많이 경험시켜 주자는 생각은 하고 있었으니, 마침 잘 되었다 싶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유연근무로 아이를 빨리 데려오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1년 내내 그리 할 수는 없다. 솔직히 어찌 보면 시간적 여유가 더 생기게 된 거라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경제적 여유는 줄지만…) 늦게까지 기다릴 아이 생각에 머리가 새까맣게 타서 허겁지겁 일하고, 야근할 때마다 부채 의식을 느꼈던 때보단 차라리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평일 중 피아노가 쉬는 하루 정도는 내가 바짝 빨리 퇴근하고, 나머지 피아노 레슨이 있는 날은 아빠가 아이를 픽업하기로 하였다. 그동안 좀 더 일찍 퇴근한 나는 집에서 저녁 준비를 하기로 남편과 협의했다. 퇴근 후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못하고 서둘러 저녁준비부터 했던 것도 꽤 힘들었기에 일단 한숨 놓은 것 같기도 했다.
우선 전화상담을 하였지만, 다행히도 어린 유아들에 대한 교육 경험이 많은 원장님은 꽤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시면서도 전문가답게 나를 안심시켜 주셨다. 맞벌이라 픽업 전까지 시간적 여유를 위해 학원을 보낸다 솔직히 말씀드리니,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하지 않냐 말해주셨다. 상투적인 말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 내겐 꽤 큰 위안이 되었다. 마을이든, 학원이든,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으니 자본주의 동맹일지라도 힘을 모아 아이를 키워야겠다.
엄마로서 아이에 대한 사랑과 걱정을 많이 이야기했지만 사실 나는 대단한 모성의 소유자는 아니다. 나는 아이를 사랑하지만, 솔직히 아이랑 노는 게 재미없다. 함께 보내는 시간을 아이 중심으로 보내는 것도 잘 못한다. 아이도 그걸 느끼는지 나와 함께 있는 것은 좋아하지만 나와 노는 것을 마찬가지로 재밌어하지 않는다. 아이와의 놀이를 즐겁게 하는 방법은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취향이 너무 확고한 탓인 것 같다. 최선을 다하여 아이들과 놀아주는 다른 부모님들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어쨌든 학원을 늘리는 선택을 한 건 여러 가지 고민을 하였지만, 솔직히 아이보단 나를 위한 결정이다. 엄마로서 나, 직장인으로서의 나, 꿈을 좇는 사람으로서의 나. 세 가지 자아 중 일단 헌신하는 엄마의 자아는 좀 접어두었다. 지금은 일단 다른 쪽의 나를 위한 악셀을 밟을 타이밍인 것 같아서 말이다. 왜냐하면 이제 2년 뒤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테고, 나는 (무급) 휴직에 돌입하게 될 거다. 경력 단절이 속출하는 마의 고개가 다가올 것이기에 대비가 필요하다. 본래 내 인생도 그리 계획적으로 사는 사람이 아니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는 결국 플랜을 세우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각자의 정답은 없는 것이지만 일단 우선 내가 내린 답은 육아 노동보다 경제 노동 강도를 높이는 쪽이다.
헌신과 거리가 먼 엄마라 미안하지만 아이의 배움이 더 넓어지는 시간이라 생각하며, K-보육 전문가 분들의 은총을 누리며 나도 좀 더 단단하게 성장하는 시간을 만들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