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

일단 한 달 쓰기 도전 프로젝트, 2024. 12. 14.

by 칠월의 도서관

사람에게 실망하고 좌절했지만 사람에게 또다시 희망을 찾게 되었던 날. 처참한 밑바닥을 보면서도 인생은 그래도 아름답다 노래할 수 있는 날. 거짓말 같은 불안을 기적 같은 희망으로 물리쳐낸 날. 오늘은 참 아름다운 날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눈에 인이 새겨지도록 접해왔던 5월의 광주, 내 고향에서 트라우마로 자리 잡았던 두 글자, 계엄. 내 생전 그날의 단어를 내가 지킬 것이 많아진 날에 다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분명 이 말도 안 되는 게임의 끝은 정해져 있다는 것을 믿고 있었고,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너무도 많은 희생이 나올 것을 생각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와중에서도 머리 한 구석이 바삭바삭 타들어가는 감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오늘 탄핵이 가결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누군가가 틀어쥔 듯한 숨이 탁 트이는 경험을 했습니다. 12월 4일 가장 질 나쁜 농담 같은 소식을 전해 듣는 날 이후부터 시끄러웠던 속이 그제야 겨우 잠잠해졌습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라의 위기 앞에서 새삼 내가 살아가는 나라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솟아났습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그걸 지탱하는 이들이 누군지 똑똑히 두 눈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국민이 수호하는 나라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반복되는 역사에 진저리를 치지만 그래도 조금씩 더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참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지난 10여 일을 날을, 오늘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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