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기 전에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팀원 중 한 분이 병휴직에 들어간다는 소식이었다. 마음이 복잡했다. 1년 병휴직이 보통의 일은 아니기에 놀랐고, 그분의 걱정도 되었지만 솔직히 내 걱정이 많이 들었다. 회사는 이미 휴직자 조사를 진행했고, 휴직 소식을 듣기 바로 전날 인사이동 결과가 공지되었기 때문이었다. 병휴직에 들어가시는 분은 책임급이기 때문에 담당하시는 업무가 중요하고 또 많기도 하다. 이번 인사이동으로 팀원이 이미 한 명 줄어든 상태였다.
조금만 더 일찍 회사랑 커뮤니케이션해주셨다면 휴직자에 대한 대체나 인사이동 시 해당 내용이 반영이 되었을 것이다. 솔직히 병휴직을 들어가시는 분에 대해 원망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인사이동으로 타 팀으로 이동하시며 끝까지 이 건에 대해 아무 말씀이 없으셨던 전 팀장님에 대한 서운함도 함께 들었다. 팀 내 연차로 따지면 그분 다음으로 연차가 많은 게 나였다. 인원 결원에 대한 공백을 당장 감당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올해 1월 중순부터 아이가 유치원에 간다. 보육 중심의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간다는 결정은 맞벌이 부부로서 다소 부담되는 상황이었기에 상황은 더더욱 난감했다. 조금만 더 빨리 휴직결정을 하셨다면 본인에게도, 팀원들에게도, 회사에게도 좋지 않았을까, 같은 생각이 맴돌았다. 새해보다 단단한 사람이 되고자 마음먹었건만 나는 기꺼이 타인의 불행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큰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자조감도 들었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다. 잦은 야근으로 눈에 띄게 힘들어하던 그분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너무 갑작스러운 병휴가 사용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팀원분은 병휴가 이야기를 하시며 많이 미안해하셨다. 어차피 그분을 원망해 보았자 상황이 달라지는 건 없다. 오히려 아픈 사람을 원망하는 건 나에게도 일말의 죄책감을 남긴다. 아무 말 없이 떠나신 팀장님도 처음엔 서운하였지만 한 편으로는 가장 가깝게 직속으로 일하던 팀원이 병휴직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착잡하셨을까.
순간 우리는 참 아프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든 아파도 되는 사람은 물론 없다. 하지만 그래도 특히 우리는 정말 아프면 안 되는 사람들이라는 걸 실감했다. 누군가의 엄마, 딸, 배우자, 그리고 동료인 우리는 아프면 안 된다. 아프면 누군가의 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섧다. 그렇지만 사실인 것을… 새해 여행을 짧게 다녀왔을 때, 차멀미와 감기 기운이 겹쳐 좀 아팠었다. 그때 딸아이가 엄마를 걱정하며 하트가 가득한 그림을 그려주었다. 고맙기도 하고, 애 앞에서 너무 아픈 티를 냈나 싶기도 하였다. 감기조차도 이런데 하물며 다른 큰 병은 오죽할까.
건강과 안전을 늘 신경 쓰며 예방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항상 사고와 병은 불청객처럼 우리 삶에 불쑥 끼어든다. 어릴 땐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라 생각했던 ‘건강하세요’라는 인사에 이제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건네게 되었다. 건강하세요. 모두. 우리는 아프면 안 되는 사람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