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사용법(1)
'어떤 책을 읽고 계신가요?'
읽고 싶던 책과 마주하여 찬찬히 책을 살피는 시간은 소개팅에 나갔을 때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과 같다. 이리저리 뒤적이다 보면 곳곳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데려온 책이 좋은 책이었다면 책을 덮으며 잠시 황홀한 기분에 잠길 테고, 별로였거나 최악의 책이었다면 어김없이 책을 사는데 쓴 아까운 돈이 떠오른다.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을까?' 이것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책을 읽기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큰 고민이자, 중요한 고민이다.
도서관에 눌러앉기 전에도 매일 책을 끼고 살았다. 때문에 항상 무언가 읽고 있었다. 도서관 이 전에는 서점엘 자주 갔었다. 책을 사기 위한 목적만이 아니라, '어떤 책이 나왔는지', '다음엔 어떤 책을 읽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흔히 '아이쇼핑 한다'라고도 하는데, 물건을 사지는 않고 구경하면서 만족을 하는 것이다.
내가 서점에서 했던 건 '책 아이쇼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나니 서점에 갈 일이 줄어들었다. 궁금한 책이 생기거나, 새로 읽을 책을 찾으려면 바로 옆에 있는 도서관에 가서 둘러보면 됐다. 도서관에 가서 아이쇼핑을 하다 보니 도서 분류나 도서관의 구조 등을 자연스레 익히게 되었다.
도서관마다 책의 분류나, 배치, 신간이 들어오는 주기 등이 다 다르다. 그래서 자주 가는 도서관이 있다면 책 분류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자주 읽는 책의 분야가 어디 있는지 익혀두면 편리하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일을 하다 보면 금세 에너지가 바닥난다. 대게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마다 그런 주기가 온다. 물론 하는 일에 따라 그 주기는 조금씩 달라진다. 에너지가 바닥날 때면 어김없이 산책을 나선다.
도서관의 답답하고 무거운 공기, 끊임없이 돌아가는 노트북의 팬 소리, 건조한 공기, 퀴퀴한 냄새, 이 모든 것은 도서관을 나와야 비로소 그 존재를 느낄 수 있다. 도서관에 있을 때는 익숙해지기도 하고, 다른 일에 집중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무감각해진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서야 이런 것들에서 해방되며 상쾌함과 가벼움을 느낀다. 보통은 연못 주위를 10분 정도 걷다가 다시 도서관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하루에 꼭 한 번쯤은 책을 빌릴 수 있는 중앙도서관으로 향한다. 서점에서 아이쇼핑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리만족이랄까, 도서관 서가를 돌며 느긋하게 책 구경을 한다.
중앙도서관에 들어가면 북카페를 지나 책이 잔뜩 꽂혀있는 서가를 만날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쇼핑몰에서나 볼 수 있는 도난을 방지하는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그곳을 지나면 바로 '신간 코너'가 있다.
신간 코너라고 하면 왠지 일반적으로 책이 책장에 꽂혀있는 모습이 아니라 표지를 적나라하게 다 들어내도록 누워있는 모습이 떠오르지만,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책장에 꽂혀있는 채로 책장에 '신간 코너'라는 이름만 붙여놨다.
그것도 흰 A4 용지에 가로로 '신간 코너'라는 글만 타이핑 쳐서 뽑아놓았다. 전혀 멋스러움이나 아름다움은 고려하지 않은 모양이다. 처음에는 그 무신경함에 신경이 쓰였지만, 지금은 그런 단순함이 오히려 더 정감이 간다.
오후에 할 일을 마치고 첫 산책을 할 때는 연못을 한 바퀴 돌고 신간 코너로 구경을 간다. 벌써 1년째 거의 매일 방문하고 있지만 신간이 어느 주기로 들어오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신간이 들어오면 신간 코너 책장에 책의 분류대로 분류를 하고, 또 새로운 신간이 들어오면 그 분류에 맞게 중간중간에 끼워 넣는다. 그래서 신간이 들어왔는지 확인하려면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다. 멀리서 보면 분명 어제와 같은데, 책을 하나하나 다시 살피다 보면 중간에 하나씩 전날 못 본 책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신간을 서가에 꽂을 때는 어떤 기준이 있는 걸까? 도서관장의 만행일까, 아니면 사서의 만행일까. 이런 무심함 같으니라고.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 구경을 하다 보면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게 된다.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면 스마트폰 어플에 차곡차곡 저장을 해놓는다. 분더리스트라는 어플인데, 내 멋대로 분류를 나눠놨다. '읽고 싶은 책'에는 정말 읽어보고 싶은 책을 마구잡이로 넣는다. 요즘에는 '글쓰기 관련' 목록이 하나씩 채워지고 있다.
이렇게 매일 책 구경을 하면서 읽고 싶은 책을 한 두 권씩 쌓아나간다. 어떤 날은 읽고 싶은 책을 한 권 발견할 때도 있고, 한 권도 없을 때도 있다. 때로는 여러 권이 있을 때도 있다. 읽고 싶은 책을 마구잡이로 저장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새에 벌써 100권을 넘어갔다.
예전에는 책'만' 읽어서 하루에 한 권이나 두 권씩 읽을 때도 있었다. 요즘에는 다른 할 일도 많아져 책 읽는 시간이 그 전에 비해 꽤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속도가 저장해나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언제쯤이면 이 리스트를 다 비울 수 있을까. '읽고 싶은 책' 리스트가 비어있는 때는 오지 않는 걸까.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읽고 싶은 책 리스트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오면서, 난 오늘도 신간 코너 구경을 한다. '재미난 책 나온 거 없나?' 내 리스트에는 아직도 읽고 싶은 책이 넘치는데, 어쩌자고 매일 읽고 싶은 책을 늘려나가는 걸까. 그렇게 나는 오늘도 두 권의 책을 리스트에 적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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