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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Aug 09. 2016

어른이 되면 왜 사랑에 조심스러워질까?

고민 우체통에 도착한 첫 번째 편지

요 며칠 고민에 대한 댓글에 대하여 글을 썼다. 그러다 문뜩 공개적으로 고민을 밝히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나름대로 '고민 우체통'이라 이름 붙여 아무 고민이나 들어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고 바로 첫 번째 편지가 도착했다.


* 고민을 보내주신 분의 신상이 드러나지 않도록 편지의 내용을 축약 및 별칭 등을 사용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28살 직장에 다니고 있는 여성입니다. 별칭은 '사이다'로 할게요^^

 최근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보고 공감도 많이 하고, 뜻밖의 위로도 받게 되어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다 작가님의 브런치에 '고민 우체통'이라는 포스팅을 보고 용기를 내서 최근의 고민을 말씀드리게 되었어요.

 한때 저는 직업적인 부분에서의 성공이라든지 자기계발에 최선을 다하는 타입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직업적 입지를 다지고 보니,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성공의 기쁨은 잠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바뀌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 됐나, 얼마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는가로요. 그래서 요즘 제 고민인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요즘에는 사람들 사이에서 열정적인 연애가 많이 줄어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유행하는 노래들만 봐도 그렇구요. 제 경험만 돌아보더라도 20대 초반에는 전화 끝머리에 사랑한다는 말을 늘 달았고, 헤어질 때도 아쉬워서 괜히 한 바퀴 더 돌며 끊임없이 얘기를 나누던 열정적인 연애를 했는데요. 저는 아직도 그런 연애를 원하지만 요즘은 소위 상대방의 '간을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드네요.

 얼마 전 호감을 가지고 만나던 분이 계셨는데요. 그분께서는 먼저 만나자는 연락은 계속 왔는데 지금보다 더욱 가까운 관계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 것 같아서 '이렇게 애매한 사이로 지낼 바에야 그만하자'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잘해주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지 뭐'라는 투의 말을 남기고 떠나가더군요... 매일같이 연락하던 관계였는데 단지 사귀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 관계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그분의 태도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런 세태에 대해서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용기를 내 고민을 보내주신 사이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애'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오랜만에 해보는 것 같은데요. 사실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연애가 아닐까 싶습니다. 연애에 있어서는 나이가 든다고 무조건 노련해지는 건 아니더라구요.


 요즘에는 뉴스에서도 종종 보도되지만 제 주위에서도 결혼 안 하고 혼자 살고 싶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각자 이유는 다 다르겠지만 저는 '즐겁게 살자'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이다님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연애를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강요는 아닙니다. 혼자는 결국 외롭더라구요.



상처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상처받기를 즐기는 사람은 없다.(있다면 변태가 아닐까...)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에 되도록 상처받기를 피하는 게 사람의 본능이다. 이 때문에 어릴 때의 연애와 나이가 들어서의 연애는 그 모습이 조금 다르다.


 어릴 때 경험하는 일들은 대부분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다. 만약 처음이 아닐지라도 절대적인 경험이 적다. 사랑을 잃을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고, 사랑을 잃었을 때의 아픔도 모른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며 사랑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연애가 어려운 이유는 이것이 아닐까 싶다. 사랑의 행복함은 알고 있지만, 그 이면인 아픔도 알고 있기 때문에 선뜻 내 마음을 내어줄 수 없게 된다. 아팠던 기억 때문에 다시 상처받을까 두려워 연애는 점차 어려워진다.


 사랑의 행복함을 잘 아는 사람들은 꾸준히 사랑을 찾아가고, 아픔을 더 많이 간직한 사람들은 점차 마음을 닫아간다.


사랑의 모습도 변해간다


 최근에 읽은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하버드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72년간의 삶을 추적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책에 나오는 부분의 일부를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아이들을 보며 '요즘 애들은 우리 때와는 다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제 아이들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며 본인이 달라진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나이가 들며 우리의 삶의 모습도 변해가고, 가치관도 바뀌어간다. 어릴 때 동네 친구들이 나이가 들어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사랑의 모습도 역시 달라진다. 어릴 때는 그저 좋으면 주고, 받으면 고마워하고 끝이었다. 그러나 머리가 커지며 이것저것 따지기 시작한다. '이 선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번에 이런 선물을 받았으니 다음에는 어떤 선물을 해줘야 할까?',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닐까? 그럼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야 할까?' 등 경험이 많아져 마음보다는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먼저 줘라


 아는 게 많아지면 행동이 느려진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어른이라고 다들 성숙한 사랑을 하는 건 아니다. 본인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서로 눈치를 살필 때도 많다. 상처받을까 봐 쉬이 마음을 다 주지 못하는 사람도 많지만, 상대가 마음에 든다면 따지지 말고 그냥 다 주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마음도 다 주고, 엄청 잘해줬는데 상대가 떠나면 어떻게 할까? 그럼 그냥 보내주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상대에게 내 모든 것을 주면 나만 손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랑해서 마음도 주고 모든 것을 다 줬다면 그만큼 나의 사랑은 성숙한다.



완벽한 사랑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할 때가 되면 대게 완벽한 사람을 찾는다. 그런데 막상 찾아보면 좋은 사람들은 이미 다 임자가 있다. 어느 정도 눈을 낮춰서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봐도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금세 나이가 들기 마련이다.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있다.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끼리 어울린다는 말이다. 그것이 돈이든 가치관이든 말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심하게 다투고, 바람이 나거나 가정이 깨지는 경우가 있다. 결혼을 하기 전에도, 결혼을 한 후에도 사랑을 성숙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인의 사랑을 성숙시키지 못하면 결국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사랑을 하는 사람과 만나게 된다.


 사랑을 아끼지 말고 마음이 가는 대로 다 주다 보 어떻게 사랑을 해야 하는지, 내가 원하는 연애의 모습은 어떤지, 나와 다른 상대방과는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 알게 된다. 물론 사랑이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상처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상처를 받는 것이 두려워 사랑을 주는 것을 망설이고 피하다 보면 점점 더 사랑이 어려워지고, 결국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게 된다.


 어쩌면 사랑은 서로 상대방을 알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나를 더욱 깊게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인간관계가 그리 어렵다고들 하는데, 사랑은 인간관계가 더욱 가까워진 형태다. 그래서 더 어렵다. 상대방과 부딪히며 다른 사람과 나의 차이점을 알아가듯이 사랑하는 사람과 더 가까운 거리에서 부딪히며 다른 사람과 내가 다른 점을 더욱 잘 알게 된다.


 그렇게 나를 알고 나의 사랑이 성숙했을 때 비로소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성숙하고 나의 사랑이 성숙하면, 그에 어울리는 상대를 만나게 된다. 그래서 좋은 사람만 찾을 것이 아니라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완벽한 사랑은 없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주고, 내 사랑이 성숙할 수 있도록 도와준 상대에게 감사하자.


* 덧붙이는 말 - 어찌 사이다님 고민에 답이 조금은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사랑하는 방식도 연애하는 방식도 사람마다 다른만큼 자신만의 방법이 있겠지만, 너무 움츠리지 말고 마음이 있다면 먼저 용기를 내 좀 더 다가가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꼭 멋진 분 만나시고 성숙한 사랑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고민 상담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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