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Aug 16. 2016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고민 우체통에 도착한 두 번째 편지

친한 지인들은 내가 책을 즐겨 읽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서점에 가거나 좋은 책을 읽었을 때는 종종 내게 연락을 한다. 어떤 책만 읽으면 유난히 내게 연락을 하는 책이 있다.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이다.


 항상 책을 끼고 살아서 그런지도 모르고, 많은 사람들의 고민상담을 해주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최근 '고민 우체통'에 두 번째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의 제목만 읽고도 가슴이 왠지 뭉클했다.


'[고민우체통]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답장을 기다리며...'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와 아이들처럼 나의 말 한마디에도 누군가는 꼭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 본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내용을 약간 변경·축약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별칭은 랑이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30대 후반을 향해 가고 있는 여자입니다. 현재 삶의 열정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연히 작가님의 브런치를 발견하고 글을 하나하나씩 정독했습니다.
 특히, 현시점 저에게 절실히 필요한 글들은 몇 번이고 꼼꼼히 읽기도 했습니다. '삶의 열정 되살리기'라는 글이라든가, '적성을 찾는 방법'이라는 글이었습니다.

 제 삶을 돌아보면 참 즉흥적으로 살아온 것 같습니다. 호기심에 지르기도 하고, 금세 실증 내기도 하고 되는대로 살아온 것 같아요. 끈기나 노력, 열정적인 삶은 저와는 거리가 먼 삶인 것 같습니다.
 그나마 호기심으로 도전을 가장한 지르는 방식의 열정은 남아있어 지금도 끊임없이 열정을 쏟을 취미생활을 찾고 있습니다. 한창 여기저기 집적거리고 있는 중입니다.
 미치도록 열정을 쏟아본 적도 없으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저의 관심과 재능의 엄청난 차이를 깨달은 후 미미하게 남아 있던 자존감마저 모두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소질도 없고, 재능도 없고, 끈기도 없다며 스스로를 비하하면서 말이죠...

 다양한 방법들로 자존감을 되찾는 훈련을 해보기도 했지만, 역시 끊기가 없는 저에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작가님은 이런 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지 궁금합니다!


 이전에 제가 브런치에 썼던 '삶의 열정 되살리기' 글을 읽으셨다면 이 고민에 조금은 보탬이 되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이 고민을 보내주셨다는 건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이 안 되었다는 말씀 같네요. 아마 추상적인 대답보다는 직접적인 대답을 원하시는 것 같아 제 생각을 이야기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가지고 계신 고민을 제게 나눠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고민은 랑이님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많이 하고 계시는 고민일 것 같아요. 그래서 같은 고민을 하시는 다른 분들에게도 제 이야기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잦은 실패는 열정을 소멸시킨다


 인생을 살다 보면 우리는 참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릴 때는 일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먼저 일을 저지르고 만다. 그런데 여러 일의 과정과 결과를 경험하다 보면 일을 오래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겁이 많아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학창 시절 공부를 할 때를 생각해보자. 공부에 관심도 없고, 노력도 안 하고, 잘 하지도 못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을 보면 성적이 항상 하위권이다. 간혹 예외인 경우도 있지만, 시험성적이 최하위권인 친구들은 항상 그 위치를 벗어나지 못한다. 결코 노력도 열정도 찾아볼 수 없다.


 성적이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실패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꼴등은 아니었을 거다. 자기 딴에는 공부를 했다고 하지만 성적이 자꾸 안 나오다 보면 결국 열정도 사그라들고 노력도 하지 않게 된다.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잦은 실패는 자존감을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이걸 해도 안 되고, 저걸 해도 안 된다. 그러다 보니 다음에는 해보지도 않고 당연히 '안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고, 자기 일에서 멋지게 역량을 발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는 꼭 그런 사람들과 비교하며 자신 스스로를 비하하기 시작한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길러야 한다. 반복해서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은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더라도 자신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해서 대부분 자신감이 없다. 이럴 때는 큰 계획을 세워 성공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작은 일에서 성공의 경험을 맛보는 게 중요하다.


 사람들은 대게 계획을 세울 때 거대한 목표를 세운다. 그런데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사람에게 이런 계획은 오히려 자존감을 더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삶에 열정도 끈기도 노력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면 정말 사소한 목표를 세워 성공의 맛을 봐야 한다.


 물론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주제로 글을 쓴다면 정말 많은 분량의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만 여기서는 이 정도로 짧게 끝내도록 하자.


끈기를 기르려면
성공 경험이 필요하다


 열정을 되살리고 끈기 있게 무언가를 하려면 성공 경험이 필요하다. 삶의 활력을 잃은 사람들은 간혹 일기를 써봐라, 자신과 대화를 해봐라 등 다양한 처방을 받게 되는데, 사실 이러한 처방이 효과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아마 고민을 보내주신 랑이님도 비슷한 처방들을 많이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도 아직 고민이신 걸 보면 결코 그 처방들이 지속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 게 분명하다. 내가 심리상담가도 아니고, 관련 분야 전문가도 아니지만 고민을 보내주신 만큼 나만의 답을 드려야 할 것 같다.


 우선 아주 쉬운 목표를 잡아야 한다. 자신의 일에 관련된 목표가 아니라, 일상에서 아주 사소해 보이는 하나의 목표를 정해 하나씩 이뤄나가면 된다. 예를 들어 기간을 일주일 잡고 매일 천 원씩 모아서 마지막 날인 일요일에 그렇게 모은 7천 원으로 내게 의미 있는 선물을 해보는 것이다.


 7천 원이면 정말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그 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내게 물건을 선물해도 좋고, 평소 먹고 싶었던 음식을 사 먹어도 된다. 그다음에는 다시 일주일의 기간을 잡고 매일 2천 원씩 모은다. 마지막 날에는 역시 일주일간 모은 돈으로 가치 있는 곳에 사용한다.


 이 방법을 그대로 활용해도 되고, 다른 방법에 적용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언가 시작하고, 노력을 쏟으면 빨리 성공 경험을 맛볼 수 있는가이다. 아니면 뜨개질 같은 것을 배워 작은 물건부터 만들어 보기 시작하는 것도 좋다.


 물론 이 역시 금세 지겨워질 수 있다. 만약 나를 위해 사소한 성공의 맛을 보다가 금세 지겨워진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 물건을 선물하거나 가치 있는 일을 해보자. 내가 힘들어도 남들을 돕다보면 오히려 내가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


 노력이 바로 성공으로 이어지면 다시 그 기분을 느끼고 싶어 다시 노력하게 된다. 열정이 바닥났을 경우에는 이렇게 가벼운 성공 경험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잦은 실패는 자존감을 떨어뜨리지만, 반대로 잦은 성공은 자존감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잦은 성공은 결국 끈기 있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사소해 보일지라도 무언가 성공을 경험해보자. 사소한 성공의 경험들이 모여 결국 자존감을 높이고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누구도 내 인생의
정답을 말해줄 수 없다


 내 인생의 정답은 내가 찾아가야 한다. 그 누구도 내 인생의 정답을 말해줄 수 없다. 나도 랑이님의 고민과 같은 고민을 한참 해결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나만의 해결방법을 잘 찾았기에 그 고민을 잘 헤쳐 나올 수 있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서는 해결되는 일이 없다. 일어나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나만의 정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남들의 성공담이 내게도 반드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과 비교하며 내 인생을 나무랄 필요도 없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단지 참고만 하면 된다.


 내가 만족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고, 때로는 가끔씩 멈춰서 내 삶을 돌아봐야 한다. 자동차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더라도 중간에 길을 잘못 든 걸 모르고 계속 가다가는 결국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다.


 힘들어도 주저앉지 말고 계속 내 인생을 찾아보자. 이거 해보고 안 되면 저거 해보자. 그래도 안 되면 또 다른 걸 찾아보자. 안 된다고 주저앉는 순간 우리의 시간은 거기서 멈춰버린다.



고민 상담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 고민우체통이란?

매거진의 이전글 어른이 되면 왜 사랑에 조심스러워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