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이야기

07. 전통과 변화 사이의 대학도서관!

by 해보기

대학도서관의 1층!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 부동산으로 말하면 노른자 땅!

도서관 사서라면 여기에서 어떤 서비스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도서관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서비스, 시대적으로 가장 핫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마련이다. 2000년 이전에는 자유열람실, 참고자료실이나 인포메이션센터같은 기본 서비스가 이동 동선이 짧은 1층이나 로비 공간에 존재했다면, 2000년 이후 첨단 멀티미디어정보실을 갖추는 것이 대학도서관의 과제가 되고 이용자들의 선호도와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주로 노른자 땅을 차지하게 되었다. 현재는? 아마도 이용자들을 대학도서관으로 유인할 수 있는 쉼터, 북카페 등의 복합문화공간이나 세미나(스터디)룸, 메이커스페이스 등 창의/협력 공간 등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도서관의 1층이나 로비 공간의 활용도를 확인해 본 결과 24시 열람실, 세미나(스터디)룸, 노트북실, 라운지 및 북카페, 인포메이션센터 등이 설치되어 서비스되고 있었다.


90년대 대학교를 다녔던 필자에게 있어서 도서관 내 가장 좋아하는 곳은 당연히 다양한 도서를 접할 수 있는 일반 도서실(특히 문학 코너)이었지만, 무언가 집중해서 성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거나 시험공부를 하거나 과제 제출을 위한 정보 습득을 위해서 찾아가는 곳은 항상 참고도서실이었다. 대출 불가한 두꺼운 참고도서들을 쌓아놓고는 이쪽저쪽 넘겨가면서 원하는 정보를 찾아다니는 매력이 있었다. 참고도서실에서 찾아 내기만 하면 그 정보원은 그야말로 적확한 정보라고 믿을 수 있었다. 대출 가능한 도서들에 비해 이용률이 낮은 만큼 보이지 않게 내려앉아 있는 세월의 먼지도 그렇고 그만큼의 묵은 냄새도 그다지 싫지는 않았다. 20년을 훌쩍 뛰어넘은 현재 대학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참고도서실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참고 정보원을 찾기 위하여 참고도서실 서가를 뒤지는 이용자가 이제는 몇 명이나 될까? 온라인 포털 창구를 통하여 정보 찾는 데 익숙한 요즘 이용자들에게 참고도서실은 과연 필요한 곳인가?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물음을 던져본다!


정기간행물실의 변화는 어떨까?

도서관 업무 중 정기간행물(흔히 우리가 잡지라고도 부르는, 일정한 발행 주기를 가지고 연속적으로 간행되는 자료)을 다루는 일은 더 복잡하게 다가온다. 단순히 한 번 물건을 구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행되는 자료에 대한 구매 계약이 필요하며, 계약기간 동안 정상 납품 확인, 미납에 대한 클레임 및 정산 작업, 결호에 대한 추가 수급 등 연속성 유지와 서비스를 위한 안정적인 업무 진행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기간행물은 신속하고 일관성 있는 수집과 서비스, 지속성과 연속성이 유지되어야 자료의 가치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정기간행물의 경우 이러한 연속성 유지를 위한 업무를 우선 해왔다고 보면 이제는 정보 환경의 변화, 이용자 이용 패턴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요구들이 함께 모색되고 있다. 온라인 전자저널 확대에 대한 연계와 대처, 각종 상호대차 / 원문복사 서비스 협력, 예산 압박에 따른 구독 중단 목록의 대안 마련, 이용률 평가 방법 모색 등 이제 정기간행물 서비스도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다양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때가 된 듯하다.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참고도서실과 정기간행물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열해 보고자 한다.

논의하는 내용은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닌, 각 대학도서관의 특성에 맞는 선택의 문제임을 전제하고자 한다.


첫째, 참고도서실의 축소는 불가피하다.

이미 참고도서실을 없애고 주요 참고도서들을 일반 자료실에 혼합 배열하여 서비스하는 대학도서관들처럼 참고도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서비스 가이드라인이 검토되어야 할 시점이 왔다. 이전부터 서비스해왔으니 연속성을 유지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만, 외부 환경과 도서관 이용 행태가 급속도로 변화해 가고 있으며 시설, 공간,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압박이 더 심해지는 대학도서관은 이제 용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


많은 참고정보원들이 온라인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서비스되고 있어 온라인 참고정보원으로의 대체 서비스가 우선 고려되어야 하고, 정부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제공되는 정보원들에게 대한 컬렉션, 공유 체제 구축도 유용할 것이다. 소장 참고도서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하여 개가식과 폐가식 서비스 기준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가식 참고정보원들은 주제별 자료실에 맞게 해당 자료실에 혼합하여 서비스하고, 폐가식 참고정보원들은 보존서고 등 별도 공간을 통하여 보존하고, 필요로 하는 이용자들에게 제공해 주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이제 고민되지 않는가? 참고도서실 축소에 따라 남겨진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다소 행복한 고민...


둘째, 종합 레퍼런스(혹은 인포메이션) 서비스는 강화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참고도서실에서 서비스하던 레퍼런스, 인포메이션 서비스는 오히려 더 확대되어야 한다. 노른자 땅을 차지해도 좋을 정도로 종합 레퍼런스의 역할은 커 보인다. 다루어야 할 내용은 훨씬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단순 이용 질의부터 시작하여 전문 레퍼런스, 신분별 맞춤 서비스, 원스톱 서비스, 주요 이용 서비스 협업 제공(대출실의 도서 대출/반납이나 정기간행물실의 문헌복사/상호대차 자료 제공 등)까지 기관 규모에 맞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레퍼런스의 수요나 역할이 중요해지는 만큼 온라인 vs 오프라인 비중 논의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배치 인력에 대한 부분도 고민해야 한다. 도서관 전문 인력 충원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에서 해당 도서관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실무형 팀장(차장) 급들이 종합 레퍼런스를 담당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으로 보여진다. 반대로 아르바이트, 근로학생들을 통한 전달형 레퍼런스도 충분히 가능하다. 어떤 형태나 규모와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이용자들이 이 곳에 오면 편안함을 느끼고, 이 곳에서 모든 도서관 서비스와 안내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리라...


마지막으로 셋째, 정기간행물 형태의 자료들이 노른자 땅을 차지해야 한다.

(정기간행물실의 역할 및 미래에 대한 부분은 가능한 추후 별도 섹션으로 재논의 해보고 싶다. 여기에서는 간략하게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다수의 대학도서관들은 정기간행물실을 별도의 공간(실) 안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도난방지를 위한 도난방지시스템도 갖추어야 하고, 대출불가 자료에 대한 관리적 측면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곳 중 하나로 느껴진다. 그러나 갈수록 도서관 출입 이용자가 줄어들고, 도서 대출권수가 줄어드는 현재, 대학도서관이 이용자를 유인해야 할 주요 서비스 중의 하나는 로비에 정기간행물을 깔아 놓는 것이라 생각한다.


첫째, 이용자들이 느끼기에 단행본의 경우 그나마 개인적으로 입수하거나, 도서관이 아닌 다른 경로(서점, 대여점, 카페 등)를 통해서 접하기 쉽다고 생각하는 반면, 정기간행물의 경우 도서관을 통하여 서비스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기 때문이다.


둘째, 이제 우리의 대표 이용자인 대학생들은 두꺼운 장편소설이나, 단행본 등 긴 자료를 들여다보며 정보를 찾는 것보다, 짧은 아티클, 챕터, 단편 소설, 인터넷 기사, 잡지 등 단편 단편 원하는 정보만 뽑아 보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도서관 로비는 잡지 서가를 배치하여 도서관 입구부터 이용자들이 잠깐 편하게 앉아 잡지를 뒤적거리고 원하는 정보를 찾고, 그만큼의 편안함을 느끼고 지나가도록 했으면 한다. 전체 정기간행물은 아니더라도 시기별 주제 컬렉션을 통하여 그때그때 서비스할 잡지를 선정하고 변경해 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도서관 로비가 누군가의 눈에는 미용실처럼 보일지 모르겠으나 그만한 편안함이 도서관의 시작이 되어야 다른 서비스 이용도 높아 지리라 기대한다.


20여 년 전 대학도서관의 참고도서실을 생각해 보면 아직도 고요하면서 묵직했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다소 어두우면서도 적막한 분위기, 진지함과 삶의 무게, 무한한 지식 창고, 향수에 젖어들게 만드는 책 냄새, 그리고 낡은 책상과 삐걱거리는 의자...


이 분위기를 그대로 보존하고 후대에 전달했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이제는 새로운 이용자들에 맞는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는 절박함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인가...


이미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대학도서관은 많은 고민과 논의를 통한 발전을 도모해 나가고 있다. 시설, 장서, 인력, 이용자 등 주요 요소 사이에서 전통과 변화를 넘나들며 자관에 맞는 서비스 형태와 우선순위를 정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발전 전략에 이제 참고도서실과 정기간행물실도 함께 하기를, 함께 더 발전해 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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