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봄비
봄비가 울면 꽃비도 따라 내린다
긴 터널을 지나온 추위에게
내어줄 자리는 없다
가라
내 조상도 한때는 추웠으나
봄비에 꽃비에 야위고 야위어
누울 자리를 마련한다
가라
꽃비는 봄비를 타고 내리고
기차는 봄을 따라 달리고
우리도 봄비를 따라 운다
가라
내 조상은 가을을 좋아했을까
무덤가 굳은 자리 가볍게 때론 무겁게
봄비도 땅에 머무른다
가라
슬픔도 봄비도 꽃비도 다 같은 일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땅에 스며드는 자리는 같다
가라
[2025.04.20. 김원중.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