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의 책·도서관 관련 책 |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
이 책을 쓴 저자는 미국 대학 도서관을 비롯한 다양한 도서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서다. 저자가 여행했던 여러 도서관을 4개의 커다란 주제 하에 분류해 소개한다.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사서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계의 도서관 여행기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굳이 저자가 사서임을 강조한 이유는 저자야말로 우리나라 도서관과 세계의 도서관을 보다 전문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특히 외국의 도서관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더는 책을 읽기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건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맨날 지겹게 들어온 '책을 읽기만 하는 장소'가 아니면, 대체 어떤 장소라는 거지? 그 구체적인 방안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최근 우리나라에도 도입되고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가 큰 인기다. 3D 프린터를 비롯해 다양한 장비를 비치하고, 도서관에서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그 공간을 이용하도록 한다.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도서관이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제 도서관에서 이용자가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다.
특히 외국의 도서관 중 성공한 도서관들은 지역 사회 기반이 탄탄한 곳이 많다. 메이커 스페이스도 그 일환인데, 결국 지역 주민들이 와서 이용해야만 그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나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나중에 이 공간이 이용되지 않아 처치곤란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다. 역시 저자도 비슷한 의문이 들었던지, 혹시 한때의 유행으로 그치면 어쩌나, 이 공간이 나중에 무용지물이 되면 어쩌나 걱정을 한다. 그 질문에 미국 공공도서관 사서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 실험실의 모토는 ‘더 나은 것을 위해 부순다’입니다. 우리가 실수하고 실패하리라는 걸 도서관 관리자 분들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익히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시도해보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무언가를 깨닫게 됩니다. 새로운 걸 배운다는 건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잖아요!”
그외에도 세계의 다양한 도서관 사례를 소개하는데, 빈민가에 도서관이 지어져 지역 사회의 커뮤니티가 된 사례, 혹은 실패한 사례, 친환경 도서관, 보존의 가치를 중시하는 도서관, 트윈세대(보통 8세부터 14세를 뜻하는데, 어린이도 청소년도 아닌 그 사이의 세대)를 위한 도서관, 청소년을 위한 도서관 등 특색을 갖춘 도서관이 참 많다. 그런 도서관들이 한없이 부럽다가도, 인력이 부족하거나 그마저도 지속성이 없이 계약직으로 뽑는 경우가 대다수며, 대출 반납 업무와 문화프로그램 업무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한국의 많은 공공도서관이 떠오른다. 최근에는 한국의 도서관도 건설 단계부터 특화 주제를 고려하고 사서와 논의를 해 짓는 경우도 많지만, 사실 그렇지 못한 경우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안이 씁쓸해진다. 외국의 도서관을 마냥 부러워할 게 아니라, 현실성 있게 한국에 들여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예산이나 인력 면에서 많은 부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로 인해 도서관 또한 격변을 겪었다. 이제 대면 서비스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에 도서관이 나아가야 하는 길은 뭘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꾸준히 고민해야만 하는 문제일 것이다.
참고로 예스24에서 저자와 인터뷰한 기사가 있는데, 이 책을 다 읽지 않더라도 대략적인 내용을 알 수 있는 인터뷰 기사였다. 혹시 도서관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해 링크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