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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Feb 12. 2022

옳기에 어려운 길, 단단한 독서

2020년 9월의 책·도서관 관련 책 | 단단한 독서 (에밀 파게)

책속의 말

아주 멋진 소설을 읽고 나서 우리는 정말이지 깨어난다. 눈을 비비고 기지개를 켜며 바르르 몸을 떤다. 그러면서 매우 분명하게 느낀다. 하나의 삶에서 다른 삶으로 나왔음을, 우리 자신이 감소하고 있음을, 또는 높은 곳에서 떨어졌음을. 바로 우리의 영혼과 일치했던 한 영혼이 우리를 떠나는 순간임을.
우리는 우리 자신을 한 권의 책처럼 읽어 내려가야 한다. 더군다나 우리가 한 편의 어려운 초고와 같은 상태라면 집중과 열의를 발휘해 읽어야 하기에, 나중에 가서도 우리 자신과 마찬가지인 여러 책을 비교하고 판단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더욱 날카롭게 갈고닦을 수 있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다른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 그리고 이해하고 감탄하는 척하는 사람이 여기에 속한다. 그들은 결국 사이비 신자인 셈이다. 작가를 내세워 그들은 자신의 허영을 채우려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우월한 지성을 지닌 사람으로 인정받길 바란다.
독서에서 적이란 인생 그 자체다. 삶은 책을 읽기에 알맞지 않다. 인생이 관조나 성찰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야심, 사랑, 탐욕, 증오, 개중에서도 특히 정치적 증오, 질투, 경쟁, 각각의 분쟁, 이 모든 것이 삶을 뒤흔들고 폭력적으로 만들며, 미지의 무언가를 읽을 생각에서 멀어지게 한다.




나는 이 책이 TV에 방영되었다는 걸 전혀 몰랐다. 그것도 김영하 작가가 추천한 줄은 몰랐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가 읽기에 이 책은 쭉쭉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출퇴근 시간과 식사시간을 활용하여 읽기는 했지만 그래도 읽는 데 한참 걸렸다. 읽다가 너무 안 읽혀서 인터넷에 이 책을 검색해보았다. 나만 어려운 건가? 그제야 이 책이 김영하 작가의 추천도서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다들 좋은 책이라고 추천하고 있어서, 여기서 포기하기에는 아깝기도 하고 묘하게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이 책의 가장 첫 장은 '느리게 읽기'인데 이 책이야말로 느리게 읽기가 필요한 책이다.

아무래도 내가 읽기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은 이 책 자체가 나에게 고전인데, 이 작가는 당대에 고전이라고 일컫는 책을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책에서 드는 예시가 코르네유, 라퐁텐, 볼테르, 플로베르, 루소인데 내가 이들을 한없이 모른다는 게 큰 문제였다. 게다가 역자가 아무리 힘을 내도, '시인 읽기' 장은 원문인 프랑스어를 모르는 이상 파게가 말하고자 하는 리듬감을 이해하기가 어렵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렵다고 포기하지 않은 건 잘한 일이었다. 내가 비록 이 책의 전부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굉장히 도움이 되는 말을 많이 얻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키웠던 잘못된 독서습관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였다. 나는 이 책에 언급된 모든 장에서 파게가 말하는 나쁜 독서습관이란 습관은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예를 들어 '느리게 읽기'에서 말했듯 그저 조바심을 내서 책을 끝내는 데 전전긍긍한 사람이라거나, '조악한 작가 읽기'에서 말했듯 바보들의 대화를 즐기며 읽는다거나, '거듭하여 읽기'에서 좋아하는 책의 좋아하는 부분만 읽는다거나.

사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읽는 법을 적용하며 읽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옳은 걸 알면서도 힘드니까 피해 가는 길이 있으며, 파게의 독서법도 그렇다. 파게의 독서법은 정말 온 힘을 다해 읽는 방법이며, 파게도 말했듯 독서에서 적은 인생 자체라 독서에 그만큼 쏟아부을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몇 가지 방법은 적용하려 노력하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내가 책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더 크게 감동하고 더 큰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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