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시작한 후 걸어 다닐 때도 '어떤 코스로 달려볼까?'
길을 확인하면서 다니게 됐다.
보통은 천변을 시작으로 한강까지 다녀오는 걸 즐긴다.
거리는 약 10km 정도로 땀도 흘리고 강바람과 풍경을 즐기다 보면 약간 피곤할 정도로
하루 운동이 마감되는데 기분까지 개운해져서 좋아하는 코스다.
아주 길게 달리고 싶을 때는 미사리까지 달려가 미사경정공원을 빙빙 돌기도 한다.
나만의 달리기 지도를 차근차근 만들어 가던 중
유튜브 알고리즘이 새로운 세계를 살짝 보여줬다.
'트레일 러닝'
"산을 오르기도 힘든데 달린다고?" 처음 영상을 봤을 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뭔가 부러웠다. 땀을 뚝뚝 흘리면서 산을 오르는 이들의 모습이
무언가를 정복하러 떠나는 전사들 같달까?
오르고 내리고 달려 다니는데 자유를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가들이었다.
내리막 길에서는 손을 양쪽으로 흔들며 균형을 조정하고
숨을 헐떡이면서도 어린아이처럼 웃는 모습이 며칠 동안 자꾸 머릿속에서 재생됐다.
'아... 그냥 해봐?, 다치는 거 아니야?'
여름 햇살이 강하던 주말. 비장하게 러닝화를 신고 동네 뒷산 입구 앞에 섰다.
일단, 시도는 해보는 데 도저히 못할 것 같으면 포기해야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어폰도 꽂고 달리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쉽지 않았다. 숨이 가빠오는 걸 넘어서 산소가 부족했다.
손목 워치에서 심박수는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고 160을 넘어서 168로 향하고 있었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머리까지 들려 이어폰으로 나오는 음악을 꺼버렸다.
심장이 머리에 있는 줄 알았다. :)
오르막길이나 바위가 많은 구간은 걷뛰를 반복했다. 온몸에 집중을 해야만 하는 순간.
약간의 신남과 오만은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5km를 조금 넘게 달렸는데 50분이 걸렸고 옷은 흠뻑 젖었다.
출발했던 입구로 돌아왔는데 온몸이 꽉 조였다가 풀어지면서 긴장까지 확 놓아버렸다.
뜨거운 땀이 한꺼번에 확 터져 나오면서 노곤노곤해졌다.
'이거 되게 힘든데, 되게 재밌네'
한 줄로 요약한 첫 트레일러닝 소감이다.
달리기가 원래 전신 운동인데,
트레일 러닝은 전신 운동과 근력 운동이 결합된 무언가였다.
힘든 만큼 이틀 정도는 쉬어 줘야 할 만큼 무리가 되지만
시간을 내서 계속해볼 예정이다.
두려움은 지운 채 풀 내음과 흙냄새 속에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평지 달리기만 알던 내가 산 달리기를 알게 된 후 또 다른 지도를 얻게 되었다.
얻게 되는 지도가 늘어날수록 탐구할 거리도 많아진다.
평생 지루할 일 없도록 하나씩 지도 수집중이다.
평지 달리다가 산 달리고, 산 달리다가 평지 달리고.
다이내믹하게 굴러가고 있는 나의 러닝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