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먼지를 걷어내는 작업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한 뒤, 로봇 청소기(이름은 성실이)를 돌린 후 싱크대에 마른 물자국을 박박 문질러 닦고 식탁 위도 행주로 쓰윽 닦아준다. 이렇게 매일을 반복하다 보니, 아침 청소가 내게는 아침을 시작하는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깨끗한 집을 좋아한다. 인스타그램에 나올 듯한 세련되고 미니멀한 집도 좋지만, 그보다는 물건들이 잘 정돈되어 있고 구석구석 주인의 손이 닿은 가지런한 집을 좋아한다. 언젠가 읽은 책에서 집은 그곳에 사는 사람을 닮아간다는 문장과 만난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삶의 흔적과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장소는 바로 집이니까.
우리가 돌아갈 곳이 집이듯, 물건들도 돌아갈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건에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정리정돈이 아닐까 싶다. 청소가 취미라고 말하면 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몸이 아프기 전에도 정리정돈을 좋아했다. 심지어 퇴근 후에 강의를 들으면서 '정리수납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였으니 나름 청소에 진심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와 남편은 내가 교육청에 파견교사로 갔을 때 만나 사내연애로 결혼했다. 가끔 남편이 자신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냐고 물으면 장난기가 묻은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회사에 제일 먼저 와서 환기하고 청소기 돌리는 모습에 '이 사람이다.' 싶었지."
남편은 어이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지만, 나에게 있어 남편의 그때 모습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청소를 하는 모습! 자신의 주변을 정돈할 줄 아는 사람은, 스스로의 삶도 잘 가꾸어 나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실제로 남편은 결혼 후에도 스스로 벗은 옷을 정리하고, 시시때때로 집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가꾼다. 두 남동생들이 옷을 벗어 아무렇게나 휙휙 던져 놓는 것만을 보았던 나는, 가지런히 옷을 걸고 스타일러까지 돌리는 남편의 섬세함에 반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청소를 하고 깔끔한 집을 둘러보면 기분이 너무나 상쾌하다. 주변환경은 사람의 기분에 큰 영향을 준다. 가끔 내가 처한 현실에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우울해지면,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한 뒤 집안 곳곳을 청소한다. 단지 주변을 정돈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나아지니 청소는 마음의 먼지를 걷어내는 작업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와 남편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 꼭 집을 단정히 하고 나간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단정한 상태 그대로인 우리 집이 '어서 와, 이제 푹 쉬어.' 하고 말을 건네는 것만 같다. 한 손으로도 청소는 할 수 있기에, 청소를 마치고 나면 내가 한 사람분의 몫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약간의 안도감도 느껴진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이부자리를 정돈하고, 택배박스를 접어 분리수거함에 넣은 뒤, 식탁 위를 세정제를 뿌려 쓱쓱 닦았다. 환기를 하는 것도 물론 잊지 않았다. 이렇게 조금씩 나와 남편의 손길이 묻어, 집이 우리 부부의 모습을 닮아가면 좋겠다.
나와 학생들의 생활 터전인 상담실도 매일 아침 청소기를 돌리고 물건을 늘 제자리에 정리해 둔다. 학생들이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상담실에 온 학생들이 이곳에서 좋은 영향을 받기를 바라면서. 향긋한 디퓨져도 한 곳에 놓고, 아기자기한 엽서도 붙였다. 상담실의 책상과 의자는 물티슈로 늘 얼룩 없이 깔끔한 상태를 유지한다.
한 손으로 잘할 수 없는 것에 생각을 머물기보다는, 한 손으로도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에 보람을 느끼고 싶다. 나에게는 그중 하나가 바로 청소였을 뿐이다.
만약 누군가가 현재 의욕이 없거나, 우울함을 느낀다면 주변을 둘러보라고 하고 싶다. 지금 내가 있는 그곳이 내가 원하는 모습이 맞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간단한 정리만으로도 기분은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