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주로 오른손을 쓰다 보니, 알게 모르게 오른손에만 잔 상처들이 가득하다. 대개는, 어디에서 다쳤는지도 예측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제도, 청소를 끝낸 후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핸드폰 액정에 새빨간 피가 번졌다.
"허얼."
원효대사 해골물이라고 했던가, 그때까지는 눈치조차 채지 못했었는데 상처를 발견하자마자 매서운 쓰라림이 느껴졌다. 내 주의력이 부족한 건지, 꼭 이렇게 한 달에 몇 번은 오른손에 상처를 입는다. 요리를 하다가, 청소를 하다가, 포장지를 뜯다가, 택배박스를 접다가 등등 원인으로 의심되는 상황은 아주 많다.
그렇기에 나는 양손의 역할을 충분히 견뎌주고 있는 오른손이 고맙다. 가끔은 통증으로 자신이 무리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오른손이지만, 네가 있어 그래도 살아가고 있다고. 그렇게 다독이고 있다.
내가 손을 다치면 남편은 매우 속상해한다. 호들갑을 떨지는 않지만 "연고는 발랐어? 깊게 베인 거 아니야?" 라며 그 나름대로의 걱정을 전한다. 그리고는 '위험하니까 내가 할게.'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상처가 두렵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나도 요리를 할 수 있고, 청소를 할 수 있고. 타자를 칠 수 있다. 물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이 나를 좌절하게 하지만, 그보다는 '이 정도까지'할 수 있는 나를 칭찬하며 살아가고 싶다.
가끔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왼손의 도움도 받아 가면서. 그렇게 타협하지 않는 삶을 이끌고 싶다. 언젠가 왼손이 제기능을 할 수 있을 때. 그때가 오리라 믿으면서.
매일밤 자기 전에 로션을 손에 듬뿍 바르고, 마음속으로 '오늘도 고생 많았어.'라고 양손에 인사를 건넨다. 왼손도, 오른손도 각자의 자리에서 매일 힘내고 있다.
오른손 엄지에 연고를 바르다, 문득 생각이 나 적는 글. 상처투성이 오른손이 조금 더 힘내주기를. 언젠가 왼손으로 토닥토닥 오른손을 다독일 수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