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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냥 Feb 23. 2024

사진을 남기고 싶은 이유

작은 존재감을 담는다.

  몸이 정상적으로 기능했을 때도, 나는 남이 내 사진을 찍어 주는 것을 싫어했다. 포토샵이 기본으로 탑재된 어플 속 모습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후면 카메라에 찍힌 나라한 내 모습이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늘 풍경이나 음식, 동물 사진만이 갤러리에 빼곡했다.


  하지만, 장애를 얻고 난 후 나는 그 누구보다도 사진 찍기에 진심이 되었다. 계기는, 네이버 마이박스에서 오래전 찍은 내 사진들을 발견한 것. 왼손으로 브이를 하고, 하트를 만드는 내 모습. 보조기를 차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두 발로 서 있는 내 모습. 과거의 내가, 건강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사진 속의 나는 빛나고 있었다.


  사실 과거의 내 모습을 보고 눈물이 찔끔 났다. 이때의 나는, 지금의 삶을 상상도 하지 못했겠지. 자유롭게 세상을 향해 손을 뻗고, 발걸음이 닿는 만큼 나의 세상이 넓어지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그리워할 추억의 조각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진을 찍는다. 가장 좋은 것은, 온전히 건강을 회복한 내가, 사진을 보며 '그때는 그렇게나 힘들었었지.' 하며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듯 웃어넘기는 것이다. 설렁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매 순간의 나를 기억하며 사랑해주고 싶다.


  아쉽게도, 남편은 나보다도 더 사진 찍는 것에 난색을 표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사진으로 인해 소소한 말다툼을 한 적도 있다. 그래도 매년 결혼기념일에는, 인생네컷이라도 찾아 기념사진을 남긴다.  


  지금의 내 모습이 영원할 거라는 것은 착각이다. 사람은 변한다. 어떤 사건, 상황, 환경으로 인해 매일의 나는 달라진다. 그러니 최대한 나를 남겨두고 싶다. 이때의 나는 이랬다고, 이런 사람이 존재했었다고. 그렇게 작은 존재감을 사진 속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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