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2년 차. 한참 꿀이 떨어질 시기라고 하지만 남편과 나는 종종 감정을 내비치며 싸운다. 싸움의 원인은 다양하다.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 감정의 부딪힘, 서로가 원하는 공감의 크기의 차이 등등.
얼마 전에는, 여행에서 돌아오는 면세장 안에서 감정이 상해 돌아오는 내내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다. 나는 모처럼이니 평소 눈여겨보았던 준명품 바디로션을 구입하고 싶었는데, 남편은 어차피 사라질 바디로션에 거금을 투자할 수는 없다며 반대한 것이다. 남편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향으로 기억하고 싶었던 내 마음은 아주 처참하게 박살이 났다.
또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의 불안이 자꾸 부정적인 망상을 만들어 내 남편이 화를 내고는 한다. 남편은 왜 일어나지도 않는 미래의 일을 그렇게 최악까지 생각하냐고 한다. 하지만 이미 과거에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들을 겪고 있는 나로서는, 미래에 대해 마냥 꽃길을 생각할 수는 없다.
이렇게 크고 작게 종종 말다툼을 하지만, 이렇게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사이좋은 부부사이로 돌아온다. 조금은 더 단단하고 끈끈한 연대가 생기는 것도 같다. 서로가 싫어하는 부분은 조심하고, 주의한다. 나의 모든 것을 내보일 수 있는 부부사이지만, 그럼에도 지켜야 할 것들이 있음을 배운다.
학창 시절 나는 갈등을 무서워하는 아이였다.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교우관계를 겪은 후, 감정적인 말이나 공간에 있는 것이 숨이 턱 막혔다. 실실 웃으면서 상황을 넘기려고 하거나, 마음으로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미안해.'라는 말로 상황을 종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남편과 다투면서, 갈등이 마냥 무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하면 어쩌지?"
오늘도 쓸데없는 걱정을 끌고 있는 나에게, 남편은 걱정하지 말라고 다 잘될 거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마에 쪽 뽀뽀를 하고, 사랑한다 말한다. 그 따스한 안도감에 나는 내 앞의 걱정을 슬쩍 밀어 놓을 수 있다.
최근에는 남편의 권유로 동네 한 바퀴 산책을 시작했다. 역시, 절뚝이며 남편에게 매달린 나를 의아하게 보는 시선도 있지만, 밤공기가 기분 좋고 약간의 운동도 되는 것 같다.
오늘 저녁에도 모자를 눌러쓰고, 남편과 팔짱을 낀 뒤 가벼운 산책을 나가겠지. 이렇게 부부싸움으로 시작해 남편 자랑으로 끝난 오늘의 글은 여기서 이만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