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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냥 Mar 05. 2024

편마비 환자가 화장하는 법

문 프리즘 파워 메이크 업!

  예쁜 화장품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 이 세상에 수많은 색이 존재하듯, 화장품의 수도 어마어마하다. 핑크라고 해서 똑같은 핑크가 아니라는 것! 베이비 핑크, 체리 핑크, 로즈 핑크와 같은 명칭뿐만 아니라, 흰색이 얼마나 섞였는지, 베이스가 노란색인지 핑크인지부터 각양각색이다.


  개중에는, 매일아침 출근 전 화장을 하는 것이 귀찮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아침시간의 메이크업을 좋아하는 편이다.(사실 화장 하는 것보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화장을 지우는 게 더 귀찮다.) 화장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나름의 콘셉트를 잡고 '오늘은 핑크핑크하게.' '오늘은 뽀용뽀용하게.' '오늘은 생얼 느낌으로.' 열심히 얼굴에 그림을 그린다.


  그러나 편마비 환자가 된 이후로, 화장하는 방법에 약간의 불편함이 생겼다. 처음에는 화장품 팩트의 뚜껑을 여닫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이런 식으로 여닫는 화장품은 그나마 한 손으로 열 수 있는 편이다. 간혹 각도 조절에 실패하면 손끝에 화장품이 찍히기도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다. 


  



  요런 마스카라나 아이라이너, 틴트의 경우 한 손으로 열기가 참 애매하다. 이럴 때는, 나의 튼튼한 허벅지를 이용한다. 제품을 다리 사이에 딱 고정하고 한 손으로 돌려서 뾱하고 열면 끝! 나의 튼실한 허벅지는 병뚜껑이나 잼뚜껑을 여는 데에도 특화되어서, 한때 여리여리한 다리를 부러워했던 내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가끔 시간이 부족하거나 정신없이 화장을 마쳐야 할 때는 반사적으로 입에 화장품을 물게 된다. 마스카라나 아이라이너의 끝을 이로 물고, 손으로 돌리거나 밀어서 열어 주는 것이다. 위생적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불편한 왼손을 보상하는 기관으로 자꾸만 입을 찾게 된다.


  


  실은, 요런 쪼끄만 하면서도 돌려서 열어야 하는 단지형 화장품이 내게 제일 난감하다. 이럴 때는 처음 여는 것만 남편에게 부탁하고, 입구를 꽉 닫지 않은 채 넣어둔다. 조금은 헐렁하게 닫힌 용기는 한 손으로도 슬슬 밀어 열 수 있다.


  편마비 환자로 생활하고 있고, 누가 봐도 먼가 불편해 보이는 애로 지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예전의 일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쁘게(?) 화장을 하는 것은 자기만족이지만, 무언가 내가 사회에 섞여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 같아서 기쁘다.


  최근에 화장품 로드샵에서 빅세일을 한 김에, 궁금했던 글로즈 하나를 구입했다. 오오 마음에 딱 드는 발색에 질감! 좋은 제품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매일 아침 그날의 소소한 행복을 수집하는 나.


  편마비 환자지만, 화장하는 것은 좋아하는 사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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