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삶이니까.
최근, 남편과 함께 병원에 가서 혈관 조영술 결과를 들었다. 2월 말, 개학 전에 하는 게 좋겠다며 신속하게 진행한 수술이었다. 혈관 조영술은 혈관에 관을 삽입한 후 조영제를 투입하여 뇌혈관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수술이다. 벌써 3번째 조영술이지만, 수술은 할 때마다 긴장이 된다.
선생님께서 커다란 모니터 화면에 2년 전 조영술 사진과 지금의 사진을 동시에 띄우고 말씀하셨다.
"방사선 수술이 아주 잘 되었어요. 처음의 이 혈관 덩어리들이 지금은 아주 깨끗해졌죠? 사실 부위도 어렵고 혈관 덩어리도 커서 저도 이렇게 깨끗이 없어질지는 몰랐는데. 너무 축하드립니다."
정말이었다. 2년 전 사진과 비교하면 뇌혈관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쭉 뻗어 있었다. 불과 3년 만에, 정상적인 뇌로 돌아온 것이다.
"그래서, 저랑 뀨냥씨는 오늘이 마지막 진료네요."
"네?"
"이 정도면 완치라고 생각해도 되거든요."
"완치... 요."
그 말을 들은 내 기분은 참 오묘했다. 옆에서 가만히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던 남편의 표정을 바라보니, 남편 또한 표정에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완치'는 지금의 모습과는 아주 다른 것이었으니까.
여전히 한 발을 절뚝이고, 오른손 만으로 타자를 치는 내가 정말 완치라고? 마음이 이상했다. 분명 기쁜데,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뇌출혈의 위험에서 벗어난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새로운 삶을 다시 얻은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아직 잘 모르겠달까. 분명 선택은 내가 했지만, 선택하지 않은 '다른 쪽'의 삶에 미련을 품고 있다.
"이제부터는 재활이에요. 재활을 열심히 해야 해요. 재활로 100%는 아니지만, 80%는 돌아올 수 있어요. 아주 천천히 조금씩 좋아질 거예요."
"좋아지긴... 하는 거겠죠?"
"네, 그럼요. 포기하지 말고 믿어야 해요. 그리고 기쁜 날인데 표정이 너무 슬퍼 보이셔서..."
"엇, 아니에요! 기뻐요!"
내 오묘한 감정이 표정에 드러났나 보다. 나는 그동안 애써주신 의사 선생님께 감사를 전하고 진료실을 빠져나갔다. 말없이 차를 타고 집으로 가다가, 남편이 내게 말했다.
"우리 케이크 사갈까?"
"케이크?"
"응 기쁜 날이잖아."
피식, 하고 미소가 나왔다. 남편은 재빨리 근처 빵집에서 케이크를 사 와서는 초를 꼽고 폭죽도 빵 터트렸다. 그제야 현실이 실감이 난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사실 울고 싶기도 하고 웃고 싶기도 하고 그래."
"나도. 그러니 앞으론 재활만이 살길이다! 주 7회 운동이다!"
"좀 봐주라... 살려줘..."
"안돼, 재활이 중요하다잖아."
남편은 그러면서 강직으로 잘 펴지지 않는 내 손을 꾹꾹 누르며 마사지한다. 그 따뜻한 온기에 그래 까짓 거, 완치라는 기적도 있는데 재활로 두 번째 기적을 만들어보자 싶었다.
'포기' 그 두 글자가 나를 잠식할 때가 있다. 하지만 힘을 내야지. 내가 선택한 삶이니까. 내가 나아가야 할 삶이니까. 그러니 오늘도 죽어라 재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