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뀨냥 Mar 13. 2024

운전을 할 수 있을까?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불과 몇 년 전까지, 나는 작은 경차(이름은 붕붕이)를 끌며 섬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첫 발령받은 지역이 차가 없으면 매우 힘든 곳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운전을 시작하게 되었고, 엄마가 끌던 경차를 물려받았다. 운전에 대한 처음의 두려움은 잠깐이었다. 운전이 익숙해지면서, 뭔가 내가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섬지역이자 관광지였던 그곳을 차를 타고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언젠가는, 직장생활 중 화나는 일이 있을 때 홀로 차를 운전해서 바다에 갔다. 작은 카페에 앉아, 말없이 파도가 출렁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생각이 점차 정리되었던 경험이 있다.


  내게 편마비가 오고, 내가 물려받았던 경차는 다시 엄마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남편이 운전해 주는 차와, 택시 없이는 먼 거리는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렇게, 잠깐의 '어른이 된 기분'과 '어디로도 갈 수 있는 자유'는 편마비와 함께 추억 속으로 사그라졌다.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1인 미용실에서 디자이너님이 내게 물었다. 건강해 지면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싶냐고.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운전'이라고 대답했다. 그때, 그 대답을 들은 디자이너님이 의외라는 표정을 짓던 것이 생각이 난다. 내게 운전은, 단순히 차를 몰고 다닌다는 의미가 아니다. 안전하게, 두 발과 손을 쓰면서, 어디로도 갈 수 있는 자유. 참 소소하지만 쉽게 얻지 못하는 것이라 더 갈망하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미 잠깐 맛보았기 때문에 더 잊을 수 없는 건지도.


  남편과 여행을 가다가, 남편이 운전의 피로함을 호소하며 살짝 툴툴거린 적이 있다. 남편 딴에는 생색을 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늘 나의 발과 손이 되어 주는 그였으니까.


  "내가 몸이 온전했으면... 자기한테 운전 안 부탁해. 혼자 어디라도 돌아다니지."


  이날은 나 또한 뾰족한 말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뭔가 더 내 마음을 설명하고 싶은데, 딱 거기까지였다. 내 말을 들은 남편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런 생각을 했던 거야?"


  스스로 비참해질까 봐 말하지 않을 뿐. 나는 늘 바라고, 소원하고 있다. 물론 알아보니, 지금도 장애인 면허증을 취득하고 연수를 받으면 운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차 또한 개조를 할 수 있게 허가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운전이 나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안전과 생명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아직은 쉽게 운전을 시도할 수 없다. 예측하지 못한 도로 위의 수많은 상황들을, 한쪽 다리와 손 만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선은 겁이 난다.


  언젠가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전처럼 스스로 차를 운전해서 한적한 도로를 달리고 싶다. 그러고 나서, 몇 년 전 홀로 찾았던 작은 카페에 앉아 바다를 봐야지. 참 길었다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찾아왔다고. 그렇게 내 마음을 바다에 던져두고 와야지.

이전 26화 편마비 환자가 화장하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