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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디아케이 May 13. 2023

필라테스의 의외의 효과

운동과 명상의 공통점



운동이라면 숨쉬기와 산책하는 게 전부였던 나는 갑상선 항진증을 알게 된 이후로 근력을 키워보고자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매트운동이나 스쾃, 가벼운 요가를 유튜브 영상을 보고 따라 하는 홈트레이닝으로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한 첫날은 10분도 지나지 않아 몸이 천근만근이라 한 동작 중 몇 번이고 쉬었다 하기를 반복했었다.

이렇게 한다고 근육이 늘까도 싶고, 안 하느니 못하겠다 싶은 날도 참 많았다.

특별한 이론도 없이 무작정 따라 하는 무식한 방법으로 운동을 이어갔다.

심박수가 160으로 요동치는 날이면, 혹시나 빈맥*이 다시 생겨날까 봐 심호흡을 가다듬기를 반복하고 다시 심장의 부스터를 가동하는 것을 반복하며 최대한 천천히 한 자세를 소화했다.

즐겨보는 운동 유튜버 심으뜸님이 자주 하는 동작 중 엎드린 자세로 팔다리를 앞뒤로 쭉 뻗고 호흡에 맞춰 팔과 다리를 모두 들어 올리는 일명 '슈퍼맨자세'는 할 때마다 엉덩이와 허벅지에 쥐가 나기 일쑤였다.

그야말로 저질체력에 근력부족인 최약체였다.

*빈맥: 일반적으로 심장 박동수의 정상 범위는 분당 60(또는 50) 회에서 100회까지로 정의한다. 부정맥으로 인해 심장 박동수가 분당 100회 이상으로 빨라지는 경우를 빈맥이라 한다.


운동을 시작하기를 마음먹고 일주일에 3~4회 1시간동안 300kcal를 소진하는 것을 목표로 6개월간 꾸준히 운동하는 능력을 키워나가는데 주력했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어디에 가서 운동을 하든 꾸준히 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감사하게도 꾸준히 하는 만큼 근력이 키워졌고,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겨 필라테스 센터에서 수강을 해보기로 했다.




필라테스는 몸의 중심을 뜻하는 코어(core)를 강화시키기에 적절한 운동이다. 코어근육을 키우는 것 외에도 굳어있는 햄스트링(hamstring)을 유연하게 해 줌으로 인해 몸의 유연성을 기르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다리 꼬는  오랜 습관 때문에 틀어진 골반을 교정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필라테스에서 강사님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호흡'이다. 흉곽을 좌우로 넓혔다가 호흡을 뱉어낼 때 빨래를 쥐어짜 듯 배꼽과 아랫배를 납작하게 만들라는 필라테스 호흡법.

첫날 나를 가장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것도 다름 아닌 이 호흡법이었다.

갈비뼈를 조여내고 배꼽을 등 쪽으로 끌어당기라는데 한 번도 의식해보지 못한 부위를 움직이라니 머릿속으로도 이해가지 않는 것을 몸으로 실행하기는 실로 불가능해 보였다.

첫날의 수업은 50분 내내 이 호흡에만 신경 썼다.

다리를 어디로 뻗고, 시선은 어디에 두는지 모두 다 입력되지 않아 그럴 바엔 호흡이라도 제대로 배우는 게 낫겠다 싶었다.


나는 평소에 명상을 자주 한다. 대부분 명상을 할 때는 가부좌나 반가부좌를 틀고 단전까지 호흡을 불어넣었다가 모두 뱉어내는 복식호흡을 한다.

필라테스 호흡법은 배가 불룩하게 나오지 않도록 흉곽을 움직여 호흡하기 때문에, 몇 년 간 단련해둔 복식호흡을 몸에서 비워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복식호흡을 처음 배울 때보다 복식호흡법을 지우고 흉곽호흡을 하는 것이 몇 배는 더 힘들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쌓여가는 시간의 힘이란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모른다.

근육량이 하도 적어 장바구니를 들고 오는 날이면 다음날 몸살을 앓던 내가 어느 순간 호흡이 어디로 전달되는지를 느낄 수 있게 되었고, 갈비뼈의 움직임과 배꼽의 움직임까지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한 자세를 7~8번 반복하는 구간에는 눈을 지그시 감고 동작을 한다.

마치 명상을 하듯, 내 호흡에 집중하고 또 다른 눈으로 내 자세를 바라본다.

눈을 감고 다른 감각에 집중을 하면, 몸이 더욱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나의 골반이 어디에 있는지, 나의 어깨와 목은 긴장을 하고 있는지, 나의 허리는 바닥을 잘 누르고 있는지 말이다.


필라테스를 하다 보니 운동과 명상의 목적이 결국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몸에 집중하는 시간이 운동이라면, 내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이 명상이기 때문이다.

호흡을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들숨과 날숨이 사라진 찰나의 순간 고요함을 느끼라는 뜻일 것이다.

몸도 마음도 결국 평온하기 위해 하는 운동과 명상은 결국 목적도 효과도 같다.


오늘은 좋아하는 명상가 정민님의 인사말로 대신해 본다.

'평온하세요.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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