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습도 나인 걸

by 리븐제이

일주일 동안 감정선을 그리며 지냈던 터라 시간을 가리지 않고 메시지를 보냈다.

일상생활에 방해를 준 것 같아 사과도 할 겸 얼굴 보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밥을 먹자고 제안했고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좋아해요. 나 어떻게 생각해요? 우리 만나볼래요?'라고 말할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쪽에선 아주 단단히 오해를 한 것 같았다. 단 칼에 선을 긋고 거절 의사를 날렸다.

덕분에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아쉬웠다.


더 좋은 인연으로 오래 볼 수도 있었는데 괜히 설레발치며 부담을 주었던 탓에 결국 이 관계는 끝이 났다.

남의 마음과 생각을 읽을 수 없는 건 당연한 건데 마음대로 착각하고 생각해 버린 것 또한 이렇게 만든 데에 한 몫했다. 마지막엔 자존심도 상했다.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내가 굉장히 용기를 내었다는 걸 그는 모를 것이다. 누군가와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또 한 번 느낀다.


특히 나와의 관계는 더욱 그렇다.

나 자신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인 것 같지만 정작 잘 모르기도 한다.

멀리 떨어뜨려놓고 관조할 수 있는 힘이 당시엔 턱없이 부족했다. 막상 모든 일들이 어그러진 다음에야

깨닫게 되고 알게 되기도 한다.


이 관계의 끝에서 나를 더 알게 되었다. 솔직하고 지나치게 감정적이며 착각을 잘한다. 자잘한 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생각하고 고민한다. 왜 이렇게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일까. 하필 생리 기간이라서 감정의 파도가 더 심했던 탓인가. 조금은 더 느슨해질 순 없을까 생각하다 이내 그만두기로 했다. 이 모습도 나인 걸.


에크하르트 톨레의 '고요함의 지혜'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매우 혁신적인 정신 수행이 있다.

바로 지금 일어나는 것을 무엇이든 다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 안에서든 밖에서든 말이다.




나에겐 정해진 일과가 있다.

예로 들면 매일 아침 일어나 긍정 확언을 하고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명상을 한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뒤 하루가 시작된다. 저녁에 퇴근하고 자기 전에는 감사일기와 다이어리를 적고 책을 읽거나 넷플릭스를 본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잠시 무너졌던 며칠. 매일의 루틴이 깨진 것이다.

그날의 분위기와 그날의 온도가 내 마음을 흥분에서 가라앉지 못하게 했고 소란한 마음으로 일상을 지내다 보니 너무나도 피곤했다. 그런데 희한한 건 그로 인해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내가 정한 이 루틴들이 가끔은 나를 피곤하게 할 때도 있었는데 매일 기록하던 명상 타이머가 리셋이 되었어도 기분이 좋았다. 회복탄력성은 어찌나 좋은지 11시간 자고 일어나니 몸과 마음이 다시 일상으로 복귀가 되었다. 내가 돌아올 곳이 있고 나를 지키는 루틴들이 소중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 날이었다.

꼬박 일주일 동안 여러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고 현실을 직시하니 어찌나 속이 후련하던지.

쓸데없는 감정 노동으로부터의 해방감 그리고 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