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라 쓰고 성장이라고 부른다

by 리븐제이

브런치북을 만들기 위해 처음 브런치스토리 작가 신청할 때 쓴 목차를 훑어봤다.

중간에 결혼과 이혼에 관련된 주제를 놓고 글을 쓰려고 며칠을 붙들고 있었는데 과거의 이야기를 쓰려니 멍하니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잘 써지지 않았다. 가려졌던 기억들을 애써 들추고 싶지 않았던 탓일까.

지난날들을 되짚어보고자 오래된 다이어리를 뒤적였다. 매일 같이 적는 습관 덕분에 이렇게 꺼내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그 속 안에 있는 나는 많이 슬프고 외롭고 지쳐있었다. 남몰래 눈물을 훔치던 날들도 많았다.

부정적인 말들이 많이 끄적여있었다. 다시 보니 그땐 그랬구나 싶었다.

어느 순간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내가 주체인 삶을 살고자 다양한 방식을 찾았다.


30대에 마주한 사춘기 그리고 성장통은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좋아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현실에 직면할수록 어렵고 고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더불어 고난과 역경은 언제라도 존재한다는 것을.

이겨내는 순간 한 걸음 나아간다는 것도 알게 해 주었다.


그 사이 결혼과 이혼이라는 경험은 나에게 남긴 것들이 아주 많다.

온전한 나 자신을 만나지 못했기에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경험하고 배웠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채워가는 방법을 배웠고 그 순간들은 귀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외에도 내 마음을 돌보며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다.

그리고 제일 잘 한건 명상과 장롱면허 탈출한 것. 차를 소유하는 건 개개인의 선택이지만 운전할 수 있는 기술은 살아가면서 정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혼한 지 2년이 지났고 아픔도 무뎌지고 상처의 흔적도 없이 시간이 흐른 지금, X에게 고맙다.

너로 인해 나 자신을 더 알게 되었으니까. 그도 나에게 같은 말을 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얼마 후 먼저 X에게 밥을 먹자고 연락했다.

가끔 스스럼없이 친구처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기에 별 고민 없이 승낙했고 함께 횟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내가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좋은 걸로, 먹고 싶은 걸로 먹어!"

"갑자기 왜?"

훗날 우리의 이야기가 글로 나오게 될 수도 있으니 미리 양해를 구하고 동의를 얻고 싶다고

이야기했더니 돌아온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그거(브런치스토리) 작가 됐어? 어차피 내 친구들 책 안 읽으니까 상관없어."

쿨하게 허락해 준 덕분에 그날 우리는 신선하고 값진 8만 원짜리 도미회와 함께 모처럼 오랜만에 둘 다 좋아했던 청하 2병을 나눠마셨고 맛있게 먹고 있는데 사장님이 노릇노릇하고 맛깔나게 생긴 머리구이를 가져오셨다. 유독 바삭한 음식을 좋아하는 X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함을 가장 크게 느끼는 나.

우리는 도미 머리를 입에 넣는 순간 청하 한 병을 추가했다.


그리고 돌아온 싱글이 되어 1인 가구의 삶을 충분히 누리며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

내가 일하는 이유와 의미를 찾고 나의 직업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 현재에 충분히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어서일까? 혼자인 삶을 영위하고 순간들을 기록할 수 있어 다행이고 내 마음과 감정을 글로 써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이 시간들을 통해 나에게 해답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온전히 지금 나의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어 좋다.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해서라는 말은 좀 거창하지만 나로 살기 위해 늘 생각하며 지금 여기 존재한다.


때론 지나간 인연은 지나간 대로 그 시간에 가둬둘 때 더 값져 보이고 기억을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인생의 파도를 잘 버티고 굳건하게 이겨 넘겼다.

자유를 선택하고 얻을 수 있게끔 지금의 삶을 선택한 과거의 나를 칭찬하고 싶다.

저 밑바닥까지 갔다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길렀기에 어지간한 고통과 아픔이 온다 한들 더 이상 괴로움으로 이어지게 내버려 두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안 좋은 순간들이 와도 계속 머물러있지 않는다.

아픈 만큼 성장하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고통만 온다는 걸 이제는 안다.

이혼하고 폐업하게 되면 흔히들 실패했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어느 정도 인정은 하지만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기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때의 상황에 맞는 좋은 해결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정 써야 한다면 실패라 쓰고 성장이라고 부르고 싶다.

있는 그대로 관조하고 직시하며 인정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배웠고 그 배움으로 인해 삶의 지혜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푸릇푸릇함의 치유 효과를 통해 자연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책을 더 가까이할수록 남들은 알 수 없고 보이지 않지만 내면이 단단해짐을 느꼈다.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들을 많이 해봐야 삶이 무료하고 고단해질 때쯤 꺼낼 수 있는 추억들이

많아진다. 여전히 서툴고 어렵지만 그 어느 때보다 명료한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나의 40대는 또 얼마나 재미있게 흘러갈지 기대되고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