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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븐제이 Nov 28. 2023

따로 또 같이

크라비에서 둘째 날을 맞이한 아침.

나는 평소에 아침을 챙겨 먹지 않지만 특히 여행을 가면 호텔 조식을 좋아한다.

집에서도 충분히 흉내 낼 수 있지만 뭐랄까 호텔 그리고 조식을 내어주는 공간의 특유한 분위기가 

평범한 일상처럼 느껴지지 않고 특별하게 다가온다.


새벽 5시 30분. 우리는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침대에 누워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덧 배가 고파졌다.

눈곱만 정리하고 양치를 하고 조식을 먹으러 호텔 로비로 향했다.

호텔 로비 바로 옆이 다이닝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각자의 취향이 담뿍 담긴 그릇과 음료, 그리고 커피가 테이블에 채워졌다.

나는 호텔 조식을 먹을 때 달걀요리를 좋아하는 편이고 달걀로 만든 요리만 있으면 충분하다.

아침이라 과하게 먹고 싶지 않을 때 적당히 출출함을 채워주기에 제격이다.

들어서자마자 달걀요리 코너를 찾고 오믈렛을 주문했다.

막 완성된 따끈한 오믈렛 위에 고다치즈 한 장을 얹으니 더 맛있어 보이고 그럴싸해졌다.

나를 위한 대접을 하는 느낌이랄까.


느긋하고 여유로운 식사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짧은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그렇게 우린 각자의 방식으로 휴가를 즐겼다.


나는 다이닝 공간에서 나와 호텔 밖으로 향했다.

도보 5분이면 앞에 해변가가 펼쳐져 있는데 전 날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천천히 그리고 온전히 자유시간을 향유하며 거리 곳곳을 둘러보았다.

이른 시간이라 문 연 가게들은 거의 없었지만 그 덕에 사람도 많이 없어

여유로운 산책이 가능했다.

타투샵도 은근히 많았고 관광지답게 상점도 즐비해있었다.


어느덧 도착한 '아오낭 비치'

시간은 오전 8시 7분.

처음 만난 크라비의 아오낭 비치는 하늘하늘하고 야리야리한 느낌을 주었다.

하늘은 하늘색. 구름은 하얀색. 하늘을 배경 삼아 흥얼거리듯 흔들리는 야자잎.

왼쪽으로 코너를 돌아보니 해변가를 앞에 둔 골목이 나타났다.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롱테일보트가 일렬로 있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잔잔하게 물결치는 바닷물은 또 어찌나 예쁘던지.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일찍이 서둘러 투어 가는 사람들도 보였는데 그 순간 내 눈에 그네가 들어왔다.

너무 높은 위치에 매달려 있어 탈 순 없었지만 어쩐지 지금 배경과 참 잘 어울렸다.

초록초록 나뭇잎 가지에 매달린 그네, 그 앞에 펼쳐진 바다와 뭉게구름.



부지런하게 나와 태닝 하는 외국언니를 보고 나도 해변가에 들어섰다.

그리고 부드러운 모래사장에 앉아 명상을 했다.

눈을 감았다 뜨고 나니 내 눈앞에 펼쳐진 그 순간이 소중했다.

잠옷차림으로 나왔지만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



마음이 한결 더 편안해졌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우리는 성숙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로 또 같이.

각자의 시간이 필요한 나이가 되었고 그 시간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을.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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