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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븐제이 Dec 29. 2023

Singin’ in the Rain

친구들과 아오낭비치를 가볍게 산책하고

미리 예약해 둔 마사지샵의 픽업을 기다릴 겸 해변가에 있는 카페에 들렀다.

각자 음료와 디저트를 시키고 어김없이 게임이 진행되었다.

이번엔 타이머를 맞추고 정해 놓은 시간에 제일 근접한 사람이 1등, 그다음 순으로 2등과 3등이 정해졌다.

그러고 보니 1등을 했었구나!

글을 쓰다 보니 기억이 되살아났다.

여행기간 내내 꼴찌만 면하기를 바랐던 듯하다.

아무튼 그 순간만큼은 긴장감이 고조된다. 제발 나만 아니기를.

두구두구두구. 떨리는 순간이었다.

역시 나는 운이 좋아! 엑스트라베드를 면할 수 있었다.


시간이 다되어 마사지를 받고 도보로 20분이면 갈 만한 거리이기에 호텔까지 슬슬 걸어가기로 했다.

중간에 마트에 들러 저녁에 마실 술과 군것질 거리를 사고 가는 길. 

하늘이 심상치 않다.

점점 먹구름이 밀려오더니 이내 우르르 비가 쏟아졌다.

다행히 호텔까지 거리는 5분 남짓.

다들 우산을 챙겨 나왔는지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있었고 우리 셋만 쏟아지는 

비가 고스란히 피부에 맞닿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중 그 누구도 뛰지 않았다.

그 순간 내리는 비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왕 젖은 김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비를 맞으며 놀기로 했다.


얼마만의 느끼는 해방감과 자유였는지. 

그날의 분위기와 온도를 잊지 못한다.

우리 셋은 마치 어린아이들이 비 맞고 물장구치며 놀 듯 그렇게 하하 호호 깔깔거렸다.

웃기지만 그 순간에도 게임을 했다. 가위바위보부터 시작해 눈치게임으로 이어졌다.

뭐가 그리도 신이 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고 내리는 비 마저 우리와 함께 하는 듯했다.

아주 오랜만에 천진난만한 그 시절의 어린아이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각자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온전히 그 시간에 머물며 존재했다.

지금 이 순간 기쁨이 가득 차 올라 머리끝까지 쭈뼛했다.

그날의 우리를 찍어놓은 영상이 있는데 그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서 음악과 함께 편집해 

인스타에 업로드했다.

행복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었다.


비 개인 오후 크라비의 노을은 환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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