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탁해

결국 입원을 했다

by 꿈이 크는 나무

몇 개월 전부터 가끔씩 있던 허리 통증이 2-3달 전부터는 그 빈도가 짧아졌다. 어쩌다 보니 연말과 연시는 이 통증과 함께하게 되었다.


설날을 앞두고 허리 통증이 다리까지 내려왔다. 갑자기 걷기까지 불편해져 덜컥 겁이 났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오른쪽 발과 다리에 감각이 무뎌지면서 이렇게 마비가 오나 두려워졌다. 통증으로 밤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런 날이 지속되자 동네 병원을 접고 결국 큰 병원으로 옮겼다.


MRI, X-ray, 채혈검사.. 각 종 검사를 받고 의사 선생님과 면담.. 의사 선생님의 첫마디가 '완전 긍정적인 성격인가 봐요?'였다. 디스크가 너무 흘러나와 신경을 눌러 걷는 것뿐만 아니라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힘들었을 텐데 그동안 어떻게 참았냐고—; 이 정도면 통증 10중에서 9이상 정도의 통증이라고..


그러고 보면 난 참 미련한 구석이 많다. 힘들면 힘들다고 하고, 엄살도 피울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런 것을 잘하지 못한다. 내가 좀 참고 말지.. 내가 하면 되지.. 요령 없는 이 성격 때문에 큰 일 날뻔했다.


결국 난 시술을 하고 장기 입원을 해야했다.

주변에서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할 때 빨리 갈 걸.. 꼭 내가 아니어도 잘 돌아가는데 무슨 미련 때문에 시간만 보냈는지.. 그리고 명절 때 아프고 힘들어서 쉬고 싶다고, 그 말을 못해서 꾸역꾸역 가족들 챙긴다고..며느리 역할, 엄마 역할, 아내 역할이 뭐라고..


결국은 미련한 나에게 백기를 들고 찾게 된 병원.. 긴급하게 디스크 시술을 하고 입원 중..


이번 일을 계기로 느낀 것이 참 많다.

젊다고 항상 건강할 거라는 잘못된 생각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는 것

힘들면 힘들다고 주변에 얘기할 것

내가 있어야 가족이 있는 것

책임과 의무도 건강해야 가능하다는 것

앞으론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것들인데 이것을 못하고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

오랜 직장생활에서도 나의 잘못된 습관으로 나의 몸은 이렇게 조금씩 아팠는데 내가 나를 돌보지 못했다. 가끔씩 일어나 허리도 펴고 스트레칭도 했어야했는데.. 주구장창 앉아서 일에 몰두만 했다..

바보처럼.. 그렇게..


입원 전날 마지막 스케줄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지하철을 탔다. 9호선은 특히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있는데,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거의 없었다. 난 다리가 아파서 계단을 오르는 것보다 계단을 내려가는 것이 3배는 힘이 들고 아팠다. 석촌호수역 계단이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중간에 택시 타러 나가기도 애매한 상황..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야겠다.

내가 이런 상황을 맞다 보니,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대로 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가 경험을 해보니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까지 많은 용기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는 나부터 주변을 한번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멀쩡한 두 다리로 걷는다는 것이 정말 큰 행복이라는 생각.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겠다고 병실에 누워 메모장에 이렇게 글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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