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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이 크는 나무 Jan 14. 2022

터키 리라화와 누텔라

월급루팡 표류기 11화

루팡 시크릿


지금 터키에서는 급격한 경제 위기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런 터키의 경제 위기는 엉뚱한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터키의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헤이즐넛이 주된 원료인 누텔라 잼의 공급난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0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리라화 위기로 전 세계 헤이즐넛의 70%를 생산하는 터키 농가가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최근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와 반대로 터키 정부가 기준 금리를 급격하게 인하하면서 리라화 가치는 반 토막이 났고 각종 수입 원자재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터키 농가에서 헤이즐넛 생산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1/12/22/2R37LQDOXBHUJGRYA4Y6MRTY5A/?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이는 현재 전 세계적인 물가인상 압력과 더불어서 어느 한나라의 경제 정책 실패가 어떻게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가장 가까운 실례이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앙은행의 반대에도 연이은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였고, 이에 반대하는 중앙은행장을 교체하면서까지 강하게 금리 인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이슬람 교리에 이자가 맞지 않는다는 종교적인 이유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는 사람도 있다.


터키 리라화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금리 역주행'으로 올해만 가치가 절반 이상 추락했다. 12월 20일 터키 외환시장에서 리라화 환율은 달러당 18.35리라까지 치솟으며 화폐 가치가 올해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이 가치가 폭락한 리라화에 대한 보호 수단을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환율이 13.55리라까지 급락하며 리라화 가치는 다소 상승했다. 하지만 올 초 대비로는 여전히 54% 이상 폭락해 있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터키의 올해 물가 상승률은 21%에 달한다. 통상적으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는 금리를 올려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방법으로 물가 상승률을 조절한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이 코로나19(COVID-19) 대응을 위해 내놨던 통화완화 정책을 중단하고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며 저금리를 유지해 국가 경제성장, 수출, 고용을 우선시하겠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날도 TV 연설에서 "금리 인하로 몇 개월 안에 물가가 내려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며, 그는 이어서 "이 나라는 더는 고금리로 돈을 불리려는 사람들에게 천국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9월부터 4개월 연속 금리 인하를 결정, 19%였던 기준금리를 현재 14%까지 내렸다. 한편 WSJ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연이은 금리 인하로 불거진 리라화 가치 추락으로 터키의 경제 불안이 심화해 은행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들은 이자 수익이 줄고 있는데 반해 달러채 금리는 상승해 빚 갚기가 어려워졌다. 무스타파 쇤메즈 터키 경제학자는 "거대한 위기, 금융위기 등이 모두 가능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인 충격에도 불구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있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를 과학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그의 도박이 성공일지 실패일지에 따라서 우리는 값비싼 누텔라를 먹어야 될지도 모른다.


http://naver.me/5pjwgg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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