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래된 노트 하나
서랍 속 저 밑바닥에 묵혀둔
내 오래된 노트 하나
나의 10대와 20대를 함께한
소중한 노트를 꺼내어 본다.
시집을 좋아해서 읽다가 마음에 드는 시가 있으면 정성스레 필사하고 그 마음을 간직해 놓은 노트이다.
존재조차 잊고 있었다.
서랍 밑바닥에 깊숙이 묵혀둔 것처럼
내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것일지도 모르겠다.
두꺼운 표지를 넘기는 순간,
첫 느낌은 오글거림과 함께 나오는 웃음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당신에게'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나의 사랑 당신에게 제 맘을 선물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마음을 표현하려고 정성스럽게 썼던 노트였다.
그땐 그랬지,
설렘과 열정과 두근거림으로 가득한 사랑이 전부였지.
내게도 그럴 때가 있었지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왜 이리 차곡차곡 모아뒀는지 알 것도 같았고 읽을 때마다 다른 감정이 전해지는 시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시를 좋아했던 나와 마주한 시간이었다.
다시금 그때의 나로 돌아가 시를 가까이해보고 싶다.
몇십 년이 지난 어느 날
브런치 매거진을 펼쳤을 때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나를 사랑하는 당신에게>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아주 특별한 사람을 만나는 꿈을 꾸곤 했어요
그 사람은 내 인생에 나타나
내 전부를 사랑하고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주고
내게 용기를 북돋아 주며
나의 꿈을 함께 나눌 사람이었죠
나는 자라서
그 사람을 만났답니다.
내가 어렸을 적에
꿈꾸었던 꼭 그대로
나를 사랑하는 당신을 사랑해요.
-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