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1946~)의
원화 전시 <앤서니 브라운展: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이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9월 28일까지 열린다.
앤서니 브라운의 원화 260여 점을 만나볼 수 있고 일부 신작 원화는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다고 한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탄탄히 다진 뒤 그림책 작가로 데뷔한 앤서니 브라운은 가족, 전래 동화, 상상과 꿈 등 어린이는 물론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섬세하게 다루며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들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건져내게 해 주고, 막상 표현하기 어려웠던 감정은 그림으로 따뜻하게 풀어내어 공감을 자아낸다.
<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는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단, 영장류가 등장하는 반대말 그림책이다.
고릴라는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에 자주 등장하는데 강인하면서도 다정했던 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로 단순한 동물이 아닌 이야기와 감정을 담은 상징 같은 존재이다. 털하나하나까지 세밀하고 정교하게 묘사된 사실적인 고릴라가 무섭기보다 친근하게 다가온다.
고릴라는 그의 그림책 세계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이다. 때로는 이야기의 중심에 놓이기도 하고, 고릴라와 관련 없는 이야기 속에 카메오처럼 슬쩍 등장하기도 한다.
<거울 속으로>는 앤서니 브라운의 데뷔작이다.
따분한 일상에 싫증이 난 소년 토비는 어느 날 마법의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신기하고 놀라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일상을 주제로 한 세이프게임을 보여주는 <거울 속으로>를 통해 초현실주의 미술의 영향이 드리운 앤서니 브라운의 초기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사냥꾼을 만난 꼬마곰>은 꼬마곰을 주인공으로 하는 첫 번째 작품이다. 수채화 대신 잉크를 사용했고 이전 초현실주의 경향과는 달리 만화적 스타일에 가까운 대중적이고 친근한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앤서니 브라운은 마술 연필을 가진 꼬마곰 이야기를 4번이나 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무엇이든 그리는 대로 진짜가 되는 마술 연필을 가진 꼬마곰이 산책을 나와서 만나는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그려 주는 이야기로 아이들이 즐겁게 보면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책이다.
친근하고 귀여운 꼬마곰이 여러 가지 상황에서 동물들을 만날 때마다 어떤 것을 그려 줄지 상상하며 읽는 재미에 아이들의 몰입도가 높다.
<꿈꾸는 윌리>는 앤서니 브라운이 창작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던 시기에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작품이라고 한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는 꿈을 꾸는 윌리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윌리는 꿈을 꿉니다.
독자도 꿈을 꾸고,
작가도 꿈을 꿉니다.
윌리는 꿈입니다.
-앤서니 브라운
앤서니 브라운은 가족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을 꾸준히 쓰고 그려왔다. 어린 시절 우상 같았던 아빠를 그린 <우리 아빠>, <우리 엄마>,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형을 그린 <우리 형>, 부모의 시선으로 딸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넌 나의 우주야>, 그리고 최근 개성 넘치는 할아버지들이 등장하는 <우리 할아버지>를 선보였다.
가족 시리즈는 각 인물의 매력을 간결한 문장과 유머 넘치는 그림, 사랑과 존중이 담긴 따뜻한 시선으로 표현하고, 포옹으로 마무리하며 포근함을 준다.
<돼지책>은 앤서니 브라운을 처음 알게 해 준 그림책이었다. '아주 중요한 회사'에 다니는 피곳 씨(Mr. Piggott)와 '아주 중요한 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은 아무런 집안일도 하지 않고 가사 노동은 오로지 엄마의 몫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너희는 돼지야 (You are pigs)'라는 쪽지 한 장을 남기고 집을 나가버리고 피곳 씨와 두 아들은 돼지로 변한다.
책의 곳곳에 돼지로 변하게 될 주인공들의 운명을 암시하는 숨은 그림들(꽃병, 벽에 비친 그림자, 벽지 등)을 보는 재미도 있다.
앤서니 브라운은 전래동화(Fairy Tale)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친숙한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상징적인 장면과 캐릭터를 작품 속에 숨겨두는 방식으로 전래동화를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낸다.
유럽의 구전 동화 '세 가지 소원'을 각색한 <엄청나게 커다란 소원>, 어린 시절 무서운 숲 길을 걸어갔던 기억을 바탕으로 탄생한 <숲 속으로>, 그림 형제의 <헨젤과 그레델>과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나볼 수 있다.
앤서니 브라운에게 셰이프게임은 작업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먼저 한 사람이 아무 모양이나 추상적으로 그리면 다음 사람이 그것을 무언가로 바꾸어 그리는 창의성을 발휘하는 게임으로 지금까지 만들어 온 모든 책에는 이 게임의 아이디어가 숨어있다고 한다.
그림책은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를 위한 책입니다.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잊어버려야 할 책이
아닌 것이지요.
-앤서니 브라운
앤서니 브라운은 아이에게 <돼지책>을 읽어주며 깊은 공감에 빠지고 난 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후 꼬마곰 시리즈로 만나 더욱 푹 빠지게 된 작가였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 작가의 그림 전시였지만 우리에게 친근한 전래동화와 명작, 가족, 한 번쯤은 느껴봤을 것 같은 감정들에서 위로와 존재의 가치를 깨닫게 해 주었던 전시였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그 안에 숨어 있는 것들이 있어 그림책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매일 펜과 붓을 들고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고 있는 앤서니 브라운의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내게도 그 나이에 열정을 쏟을 무언가가 있을까?
창작의 비결을 물어오면 나는 우선 주위의 모든 것을 최대한 주의 깊게 보라고 말해준다. 내게는 이것이 Creator로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앤서니 브라운
<전시정보>
-전시 장소: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 일정: -9.28(일)까지 화~일 10시부터 19시
-관람료: 성인 예매할인 15,4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