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이 내 것이지만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줘야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것처럼,
나의 몸도 내 것이지만 아주 가끔은 누군가를 위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누군가에게 작은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는 감격스러웠다.
덜렁이며 움직이는 살과 뼈와 피에 불과한 내 몸이 너로 인해 처음 의미를 가졌고, 그게 너무나 감사했다.
너무나도 감동스러워 나는 그녀가 좋아하는 나의 일부를 오로지 그녀만을 위해 평생 바칠까라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혹시나 오늘 밤 잠이 들고, 내일 눈을 떴을 때 지금의 순간이 꿈이 되어버릴까 무서워서 지금의 내 마음을 그녀에게 말로 전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엔 거짓말이 되고 말 사탕발림을 소리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내 입술과 혀와 목젖은 유능하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밤이 지나면 우리는 앞으로 평생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걸, 어쩌면 그게 꿈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걸 나는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