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문장 뒤에 이어 쓰기
사람의 매력이란 각자가 쌓아온 인생 경험에서 배어나온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창가 자리에 앉아 멍하게 밖을 바라보고 있는 사토시의 옆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 말이 순전한 거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유치원에서 연극을 한다고 치자. 어느 유치원에서든 왕자 역할을 맡게 되는 남자애가 반드시 있는 것처럼 공주 역에 어울리는 여자애가 반드시 있다.
태어난 지 고작 3, 4년밖에 안 된 아이들이 왕자나 공주 역할에 어울리는 인생 경험을 쌓았을 리가 없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인간의 화사한 매력은 인생 경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순간 이미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7월 24일 거리> 中 by 요시다 슈이치
화사한 매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을 지켜만 봐야 하는 인생이란 얼마나 비극적인가. 지금 사토시는 어쩌면 어젯밤에 자위를 하며 봤던 아오이 소라를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단순히 오늘 점심 급식 메뉴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토시의 저 멍한 표정을 바라보며, 같은 반의 멍청한 여자애들은 언젠가 자신을 구하러 와줄 미지의 왕자님을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사토시의 멍한 표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매력에 대한 고민에 빠져들고 말았으니까. 사토시의 옆얼굴은 사토시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다. 태어나는 순간 주어진 자신의 옆얼굴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사토시는 전혀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 얼마나 불공평한 게임인가, 란 생각이 들지만, 원래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컨디션이 좋은 어느 날 아침, 기분 좋게 일어나서 평소보다 화장에 신경을 쓰고 학교에 왔는데 처음 보는 친구가 "너 오늘 어디 아파? 좀 피곤해 보여"라는 말을 듣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인생의 가혹함은 때때로 웃음이 나올 정도로 지독해서 그 말을 한 친구가 하필 사토시였다거나, 평소부터 내가 마음에 두고 있던 녀석이거나 하는 것이다. 딴에는 친절한 관심이었겠지만 웬걸,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완전 '노 땡큐'다.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지금의 나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다.
그렇다면 사람의 매력이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사토시의 멍한 표정이 저토록 신비로울 수 있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사실 말할 필요도 없이 답은 정해져 있다. 사토시의 멍한 표정이 신비로워 보이는 것은 사토시가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사토시가 그런 얼굴로 태어났기 때문에 화려한 매력의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외모란 사실은 겉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라도 사토시의 옆얼굴을 볼 때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 그 매력에 압도당하게 된다.
세상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볼 때 내면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 상대의 성격이나 인성과 같은 것은 겉모습을 보고 나서 사후적으로 시간을 들여 천천히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껍데기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대단해서 설령 훌륭한 내면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껍데기가 볼품이 없으면 그것을 정당하게 평가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예를 들어 효과가 매우 좋은 알약일지라도 알약의 모양이 이상하거나, 코팅이 별로라서 입에 넣는 순간 쓴맛이 나면 뱉어 버리게 된다. 하지만 안에 독극물이 들어 있을지라도 설탕으로 달콤하게 코팅한 알약은 삼키기가 쉬운 것과 같다.
하지만 설탕 코팅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다. 달콤함에 끌려 사람들이 주변에 몰려들고, 타고난 매력에 대해 칭찬을 듣다 보면 그 사람의 행동, 즉 내용물 자체도 변하게 된다. 설혹 알약 속에든 내용물이 별로였을지라도 설탕 코팅에 걸맞은 행동을 하고, 말을 하면서 점점 더 달콤한 사람이 돼가는 것이다. 만에 하나 인간이 모두 같은 내용물에 서로 다른 껍데기만 갖고 태어난 알약이라고 가정을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안의 내용물도 점점 더 껍데기를 닮아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타고난 매력을 갖고 태어나지 못한 여자가 성형수술을 통해서 한 번에 예뻐졌다고 할지라도 한동안은 그 사람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매력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잘 모르고 그것이 몸에 배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그녀도 자신의 외모에 걸맞은 행동과 더 매력적인 말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나중에는 그에 걸맞은 매력적인 사람이 될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창밖을 바라보던 사토시가 멍한 표정을 거두고 갑자기 진지한 표정이 됐다. 멍한 표정과 달리 진지한 표정의 사토시 역시 매력이 넘쳤다. 아마도 사토시는 어젯밤 자위를 하며 봤던 아오이 소라를 떠올리고 있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사토시는 턱을 괸 오른손을 천천히 거둬들이고는 주변을 살핀 뒤에 검지 손가락을 자신의 한쪽 콧구멍에 넣고 쑤시기 시작했다. 콧속에서 무언가를 꺼낸 듯한 사토시의 검지는 엄지와 함께 그것을 돌돌 거리며 동그랗게 만들고 있었다.
*수요 산문회(수산회) 첫 번째 글쓰기 과제 (2019.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