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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짓말의 거짓말 Oct 19. 2019

춘정 문어발 by 다나베 세이코

22p

"응, 여자는 말이지, 꽉 끌어안는다든가 키스를 해준다든가 그런 쪽이 직접적인 행위보다 더 좋아. 그 정도로도 충분해.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도 몰라." 

하고 에미코는 서글서글하게 말했다. 


26p

그의 사전에는 여자에게서

'지금까지 당신 같은 타입만 찾았어요.'

따위의 말을 듣는 일은 실려 있지 않았다. 

(중략)

스기노는 '이런 일은 적당히 얼버무리듯 말해야 하는 거야. 이심전심이랄까. 그냥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야 하는 거야.'랴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스기노는 두루뭉술 연애론자다. 상대가 대답을 못해 쩔쩔맬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어른이 습득해야 할 법칙 제1조다. 


124p

오사카식 우동은 국물이 맛있어서 우동을 대충 먹은 뒤에 찬밥을 넣어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즐겨야 하는 거다. 그때는 단연, 

'찬밥이어야만 해.'

하는 굳은 신념을 요시자와는 가지고 있었다. 우동 그릇은 아직 따뜻하다. 국물도 뜨겁다. 거기에 쓱 하고 찬밥을 넣고 네 숟가락, 다섯 숟가락, 남은 우동과 파, 시치미, 유부 등과 함께 국물에 만 밥을 입으로 가져간다. 

'이렇게 맛있는 게 또 어디 있을까......'


197p

그 얌전하고 기특하다는 것이 나카야는 싫다. 거기에 속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나카야는 예전에 읽은 요시카와 에이지의 소설 <미야모토 무사시>를 떠올린다. 이 소설에 나오는 오츠라는 여자는 오로지 무사시만을 사모하는 갸륵한 여자였지만 나카야는 그런 여자가 싫었다. 

나카야는 '오로지'라든가 '한결같이' 라든가 '얌전하고 기특하다'라든가 하는 여자야말로 악녀라고 생가했다. 나카야는 독신주의자는 아니지만 외골수 악녀에게 찰싹 휘감겨 지내는 것만큼은 싫었다. 나카야에게도 선택할 권리는 있는 거다. 


202p

다코야키 논쟁이 벌어지자 여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버렸다. 나카야는 다코야키로 논쟁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다만 우호적인 논쟁이길 바랐을 따름이다. 하지만 미인은 누군가에게 반박을 당한 경우가 없었기 때문인지 나카야가 자기 말에 반박하자, 고급스럽고 말랑말랑 부드러운 아카시야의 장점을 모르는 녀석은 촌놈이야, 고 말하는 듯이 입술을 울찔거리며 나카야를 노려봤다. 그 눈빛에는 '죽어버려, 대머리' 하는 듯한 격렬함이 느껴져서 나카야는, 

'미인도 악녀의 일종이군.' 

하고 생각했다. 얌전하고 기특한 것도 안 돼, 미인도 안 돼, 이렇게 되니, 

"멋대로 해."

하고 어머니가 화낼 만도 했다. 


207p

"하나 더 사 올까요?"

"아뇨. 이런 건 더 이상 못 먹겠다 싶을 때까지 먹으면 안 돼요.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니까 맛있는 거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면 재미없잖아요." 


210p

나카야는 웃었다. 오래간만에 웃은 것 같다. 특히 처음 보는 여자와 화통하게 대화하며 웃을 수 있다는 게 고마웠다. 맞선 자리에선 아무래도 서로의 허물을 숨기느라 얼버무리며 얘기하게 된다. 슬글슬금 장대를 찔러 넣어 상대의 수심을 재보려하기 때문에 솔직한 얘기를 할 수가 없다. 어쩌다 진심을 토로하면, '죽어버려, 대머리!'라고 말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공격적인 눈빛으로 노려보는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이 여자는 좋다. 

자신을 미인으로 봐달라든가 얌전한 여자로 봐달라는 분위기를 풍기지 않아서 좋다. 


212

"다코야키는 집에서 만들면 안 돼요." 

"그런가요?"

"맛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집에서 만들면 아귀아귀 먹게 되잖아요. 실컷 먹을 정도로 많이 만들어 먹으면 다음엔 두 번 다시 쳐다보기도 싫어질 것 같아서요. 맛있는 건 집에서 배불리 먹으면 안 돼요."

"그럴 것도 같군요."

"게다가 집에서 만들 때는 좀 더 맛있게 좀 더 맛있게, 하면서 가마보코니 곤약이니 완두콩이니 다진 고기니 하나 가득 집어넣을 것 같아요. 욕심을 부려서 절도가 없어지는 거예요. 그러니 역시 맛있는 건 밖에서 먹어야 해요." 

나카야는 남자와 여자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맛있는 건 밖에서 먹어야 한다면, 사람은 역시 결혼하면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맛있는 건 집에서 배불리 먹으면 안 돼요."라는 말인즉, 사랑도 게걸스럽게 탐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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