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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짓말의 거짓말 Dec 21. 2019

거짓말의 거짓말 by 요시다 슈이치

28p

츠츠이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 녀석에게는, 내 아들인 이 녀석에게는 말이죠, 지금 우리들처럼 세상에는 여러 가지 혼란스러움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65p

또 남자라면 누구나 그렇듯 자신은 아버지보다는 더 큰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품게 마련이다. 


66p

젊었을 때에는 안락한 길은 너무 뻔한 길처럼 보인다. 그러나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가 되면 필사적으로 그 안락한 길로 돌아가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106p

일단 사과한 다음에 실은 갑자기 회사에 싫증이 나서라든가 실은 갑자기 멀리 가고 싶어졌다든가, 거짓말 같은 혹은 진짜 같은 변명을 이리저리 늘어놓으려 했다. 또 그런 말이 지금이라도 입에서 튀어나올 듯했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조용한 이 라운지를 그런 거짓말 같은, 또 진짜 같은 변명으로 채우고 싶지 않았다. 


120p

"초등학교 때 말이야, 반 아이들 모두에게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어." 

그녀가 갑자기 이런 말을 시작한 것 역시 여기서 캔 맥주를 사고 있을 때였다. (중략)

"무슨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게 됐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어는 날 갑자기 누구도 말을 걸어주지 않는 거야." 

"분명히 네가 귀엽게 생겼기 때문일 거야. 다른 여자들이 질투한 거 아냐?" 자동판매기에서 캔 맥주를 꺼내면서 말했다. 

그 등에다 대고 "나, 당신이 그렇게 말할 때가 좋아"라고 그녀가 중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나는 내가 이렇게 말할 때가 싫은데'라는 대답이 떠올랐다. 


121p

"이해할 수 없는 그런 하루하루가 엄청 분했던가봐. 나 말이야, 모두에게 앙갚음을 했어." 

"앙갚음?"

"그래, 앙갚음. 급식용 스푼 있잖아. 그걸 애들이 사용하기 전에 모두 핥았어." 

"왜?"

"왜라니...... 그러니까 앙갚음이지. 그런데 한 반에 학생이 40명 정도 되잖아. 그걸 다 핥으려니까 중간에 뺨도 아프고 혀도 퉁퉁 붓고 난리가 아니었어." 




아래는 요시다 슈이치의 글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던 2012년 11월 17일의 기록


요즘은 요시다 슈이치란 작가의 소설을 읽고 있다.

일견 사람들은 모두 제각각 인 듯하면서도 모두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

국가도 언어도 다른 소설가의 책이지만, 읽으면서 종종 그 안에서 나의 잔상 같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익숙한 '냄새'나 '분위기' 같은 감각이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의 문장을 통해 전해지는 것이다.

그런 모종의 동질감을 감지하면 그를 향한 어떤 종류의 호감이 생긴다. 하지만 이 호감은 단순하게 '좋다'라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나와 동류의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어떤 것들에 대한 '연민' 혹은 '동정'에서 기인한다. 그의 빛나는 부분을 보고 자연스레 일어나는 호감이 아니라, 그의 어두운 부분에 숨겨져 있을 아픔에 대한 동감 때문이다.


아래는 2001년 4월 1일 요시다 슈이치가 <에스콰이어>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


"가끔 잠들기 전에, 내가 만일 범죄를 저지른다면 무엇 때문일까 멍하니 생각한다. 내 경우 아마도 돈 때문은 아닐 것이고, 증오 때문도 아닐 것이다. 그 정도는 억제할 수 있다. 그렇지만, 너무 쓸쓸해서 못 견디겠으면 어떨까. 자기도 모르게 일을 저질러버리게 되지 않을까?"


<열대어> 中 BY 요시다 슈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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