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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옛날 일이지만 저도 장거리 연애 경험자입니다. 돌아보면, 그렇게 좋아하던 사이였는데 정신이 들고 보니 서로의 마음이 멀어져 있었습니다.
그 원인을 여러 가지로 찾아가다 결국 '기다린다'는 의식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에게서 오는 전화를, 편지를, 만날 날을 항상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는 행위가 보상받지 못했을 때, 예를 들어 전화가 걸려오지 않거나 하면, '이게 뭐야. 약속이 틀리잖아' 하며 화가 났고, 그가 형편상 돌아오지 못하거나 하면, '나보다 그 사정이 더 중요하군' 하며 불만스러워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내가 이렇게 외로움을 견디며 기다리고 있는데 내게 돌아오는 애정이 너무 작다', '그 사람에게 나는 어차피 그 정도의 존재다'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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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시간은 기다리면 매우 길지만, 할 일이 꽉 차 있으면 빨리 지나가는 법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벌써 한 달이 지나고 당신 앞에 그가 서 있을 것입니다.
만약 장거리 연애에 비결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식의 '열렬함'이 아니라, 서로 헤어져 있는 시간을 충실하게 지내자는 '담담함'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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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악이라고 생각되는 남자들에게도, 가끔 반짝, 하고 진실이 엿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 도모코는 헉하고 놀란다. 자신이 보고 있는 부분은 다면체의 겨우 한 면일 뿐,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사람은 언제든지 자유자재로 그 인상을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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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다 독립적인 존재다. 다른 생각이 있는 게 당연하다. 무엇이든 같아야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상대가 있을 리 없다. 그것은 잘 알고 있다.
10개 중에 9개가 다르다 하더라도 마지막 가장 소중한 하나가 맞으면 된다.
하지만 10개 중에 9개가 같더라도 그 소중한 하나가 맞지 않으면, 언젠가는 파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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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랑 3년 후에 결혼하자고 약속했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그럴 때 좀 무모한 발언인지 모르겠지만, 결혼을 결정했다면 시간을 두지 말고 바로 결혼하라고 말합니다. 그와 결혼할지 말지 망설이는 게 아니잖아요. 그를 충분히 살펴보고 "이 사람이야!"라고 결정한 게 아닌가요. 그렇다면 뒤로 미룰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하던 일이 일단락되면, 돈을 모으고 나서 따위의 이유를 자주대곤 하는데 그런 것은 결혼한 후에 둘이 함께 해결해 가면 됩니다.
장애물이 두 사람 앞을 막아설 때, 결혼한 상태라면 극복할 수 있어도 연애 중이라면 극복 못하는 일이 있습니다.
결정했다면 결혼합시다. 그다음은 자신의 사람 보는 눈을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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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말을 걸어오는데, 처음에는 낯모르는 아줌마인 줄 알았다니까. 걔, 전에는 제법 예뻤는데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어."
"결국 결혼이란 그 입구는 다양해도 안에 들어가면 다 똑같은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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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결혼한 주부들이 싱글에 대해 보이는 대항 의식과 심술에는 두 손 들었다. 주부는 쉽게 "아직 결혼 안 했어요?"라는 말을 하지만, 싱글은 이렇게는 말할 수 없다.
"댁 같은 결혼은 싫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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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남아 있기 위해서는 자신을 확실하게 손질해야 합니다. 그런 노력도 없이 그냥 그대로 있겠다고 한다면 점점 낡아서 처참한 모습이 되겠지요.
저는 사람은 변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을 변함없이 지키기 위해 가꾸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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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 보면 괄호로 묶어 놓아야 할 부분도 상대에게 모두 드러납니다. '일상의 그를 보고 또 나의 일상생활을 상대에게 보이면서, 이 정도면 둘이서 맞춰 나갈 수 있겠다는 확신 위에서 결혼을 한다.' 그것은 무척 적극적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결혼하고 나서 이런 게 아니었다고 한탄하는 것보다는 훨씬 현명한 방법이겠지요.
(중략) 동거를 하는 데에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중략) 그 자격이란 우선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있는가, 혼자서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겁니다. 그것을 분명히 한 다음에, 그래도 둘이서 살면 더 즐겁다고 생각할 때에 동거를 해도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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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치로는 사나에를 무척 소중히 대했다. 티 내지 않고 문을 열어 준다거나 때로는 갖고 싶어 하는 액세서리를 선물해 주기도 했다. 그런 것으로 상대의 진심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심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답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막상 일이 닥쳤을 때 그가 얼마나 나를 지켜 줄 수 있을까. 진심은 분명 거기에 있을 텐데. 일상 속에서 '막상'이라는 때가 얼마나 존재할까. 일상생활 가운데 그가 보여 주는 배려가 진짜라고 하지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실제로 유이치로의 자상한 배려에서 사나에는 감동한다. 그럴때면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예를 들어 조금 무거운 짐이라도 평상시의 사나에라면 혼자 힘으로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이치로와 함께 있을 때에는 몹시도 무겁게 느껴진다. 왠지 자신이 무척 약한 여자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결코 싫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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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선착순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결혼은 역시 선착순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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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더욱더 거세지고 머리도 어깨도 젖어 간다. 그리고 한 시간이 흘렀다. 그때 광장 앞에 택시가 서고 그가 내렸다. 우산을 쓴 그가 그녀를 알아보고 걸어온다.
그래, 걸어온다. 비를 그대로 맞고 서 있는 나를 보면서도.
그때 그녀는 확실히 알았다. 지금껏 자신은 쭉 기다려 주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미 기다리게 해도 상관없는 여자가 되어 버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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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알았어요. 당신 옆에 앉을 사람은 이제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아니, 내 옆에 앉을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