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선물하는 일

찌질한 생각

by 거짓말의 거짓말

뚱뚱하고 명량한 꽃집 아줌마가 꽃 이름을 알려주었다.

"카리넬리라는 품종이야."

그러면서 안개꽃 가지 하나를 덤으로 달아준 데다 투명한 셀로판으로 둘둘 감고 초록색 가장자리의 하얀 레이스 리본까지 달아주었다. 그리고는 내 얼굴을 보며 호호호, 하고 웃었다.

"들고 가기 창피하지?"

"네, 좀……."

아줌마는 가게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쨍쨍 내리쬐는 해를 올려다보더니 영자신문 비슷한 포장지로 다시 한 번 폭 싸주었다.

"꽃이 시들기 전에 어서 빨리 가셔."

<천사의 알 by 무라야마 유카>


지금 읽고 있는 '천사의 알(무라야마 유카)'이라는 소설의 일부분이다. 문득 꽃집의 아가씨, 아줌마 혹은 누나는 꽃을 팔면서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여자애들은 시들면 버리고 말 꽃을 사는데 쓸데없이 돈을 쓰는 것보다 향수나 화장품 같은 '유용한 선물'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쨌거나 '꽃'이라는 건 그 쓸모없음 때문에 더 특별하고, 그래서 꽃을 다른 유용한 선물보다 더 좋아한다는 여자도 있다. 물론 꽃과 함께 손편지 같은 게 있으면 더 좋을 것이고, 그와 더불어 반지나 귀걸이 같은 금붙이가 있으면 어떤 여자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큰 잘못을 해서 여자친구에게 사죄를 하기 위해서든, 프러포즈를 앞두고 결연한 마음으로 꽃집에 들르든 꽃집의 문턱을 넘는 사람은 아마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 테다. 그리고 큰 변수는 아닐 테지만 어떤 꽃집 아가씨(혹은 아줌마)를 만나느냐에 따라 꽃의 포장이나 모양 같은 게 달라질 테고, 그것이 남자의 심리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쳐 그 이후의 결과까지 바꾸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약이려나.


어쨌거나 세상의 꽃집 아가씨(혹은 아줌마) 들로 인해 세상의 행복은 조금은 더 플러스되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은 분명 나쁜 기분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물론 꽃집 아가씨가 너무너무 예쁘면 여자친구와 싸우고 사과를 하려고 꽃집을 찾은 남자의 꽃다발이 주인을 잘못 찾아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이 경우 (사과에 성공하지 못해서) 헤어지게 될 커플로 인해 세상의 행복이 1단계 마이너스되겠지만, 꽃집의 아가씨가 남자의 호의를 받아주면 다시 세상의 행복은 균형을 찾게될 것이다. 물론 꽃집 아가씨가 거절하면 세상은 2단계로 더 불행해지겠지만.

이상한 결론이지만 역시나 세상에 일방적으로 행복하거나, 불행한 일은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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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난달과 지난주의 소개팅 결과가 변변치 않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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