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생각
예전에 인터넷을 하다 우연히 '저쪽 세계의 여성분'이 남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저쪽 세계의 여성이란 그러니까 편의에 따라 세상을 '낮의 세상'과 '밤의 세상'으로 나눌 때 후자에서 주로 활동하시는 분을 뜻한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 글은 대체적으로 남자를 나누는 어떤 기준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그 글에 따르면 남녀가 사랑을 나눌 때(영어로는 make a love) 적어도 평범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략 세 가지 정도를 주의 깊게 신경 써야 한다고 한다.
그 세 가지는 손톱, 코털, 입냄새다.
훌륭한 남자라면 이 세 가지를 잘 정돈하고 여기에 더해 긴장을 풀고 상대를 편하게 만드는 대화술과 분위기를 읽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매너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최고의 남자는 여기에 더해 어떤 플러스알파(-어쩌면 이게 제일 중요할지 모르겠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원 글에서도 이 플러스알파는 어떤 구체적인 것이 아니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플러스알파'였던 것도 같다.)를 갖고 있다.
글에 따르면 플러스알파를 갖고 있는 훌륭한 남자(앞서 말한 다섯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는 상대 여성에게 굉장한 걸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굉장한 걸 받은 여성은 죽을 때까지 절대로 그 남자를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남자는 통계적으로 100명 중에 3~4명 꼴에 불과하다.
짐작하듯이 그 플러스알파란 누구나가 상상하고 있는 '그것'이 맞긴한데 틀리기도 하다. 단순하게 '사이즈'의 문제는 아니라는 요지였다.
글을 읽고 우선은 플러스알파를 갖고 있는 훌륭한 남자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리고 잠깐 시간이 지난 뒤에, 이 글을 쓴 여성분은 마지막에 언급한 귀납적 통계의 결론(3~4명 꼴)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실험'을 반복해야 했을까라는 조금은 실례인 질문도 떠올랐다.
하지만 내가 알 수 없는 이런 궁금증에 대한 귀결은 대체로 '세상은 참 넓군'이라는 조금은 밋밋한 결론으로 대부분 수렴된다.
대한민국 서울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위와 같은 일도 잘 알 수 없고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 이 범위를 한국, 세계, 우주로 넓혀가면 도대체 난 얼마나 많은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인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세상은 참 광활하다.
지하철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젊은 시절에 쓴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라는 에세이집을 읽다가 위와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손톱과 코털과 입냄새가 어떻게 이 책과 연결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나는 한없이 슬프고 외롭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