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시] 그대에게 68_간소한 삶(쓰기)에 대하여

by 김작자


그대에게 68_김경민



옷이나 신발, 가방 등을 구매하지 않은 지가

얼추 3년이 지난 것도 같습니다

집안에 잡다한 것들도 정리 중에 있습니다

읽기(공부)에 매달리고 나서는 더 그렇습니다

연작시에서 늘 고백하지만 나의 직업이

작가인 줄을 알면서도 그 사명(읽고 쓰기)에 게을렀기에

크지 않은 재주와 운을 고스란히 탕진했습니다

잡설이 매일같이 길지만,

그 ‘덕’에 행운은 보내고 ‘행복(공부)’을 잡았습니다

정신적으로는 매우 윤택한 생활을 확보한 것입니다

소장했던 책들을 모두 정리한 것도 보여주기 식

장식품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다시금 책이 늘고 있긴 한데,

책값이 만만치 않아 아마 사치가 준 모양입니다

그러나 장담하건대

‘먹고 사는 것이 간소하면 건강한 건 맞는 듯합니다’


쓰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작가는 여러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내는 일입니다

많은 사람의 삶(공감과 위로)과 꿈까지 살려냅니다

작가의 문장도 간결(간소)하면 좋습니다

미사여구로 꾸미지 않고 담백하면 더 좋습니다

물론 표현이 미려하고 감동적인 문장도 있습니다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화려함(꾸밈)의 고집’입니다


지난 번 수업에 설명하려는 듯 과한 문장이,

본인의 단점인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친절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구구절절 일일이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문장을 줄여 수수께끼를 내어서는 더 안 됩니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너무 과도한 설명보다는

문장을 꾸미기 위해서 애를 쓰다 보니 글이,

어수선한 장문이 되어 늘어지고 길어지는 것입니다

글은 작가의 사용설명(변명)서가 아닙니다


독자는 주관적 비평가로 냉정하고 예리합니다

솔직함보다 강한 문장은 없습니다

간결한 문장은 의미 전달에 매우 요긴합니다

작품에 필수조건이라는 철학도 별 게 없습니다

어떤 분은 글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철학을 위해

철학적인 문구를 인용하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작가가 쓰고자하는 주제를 세심히 고찰하다보면

철학적인 문장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다만 요즘 글쓰기가 유행하다보니 진득하니 오래,

그 주제를 사유하지 못한 채 쓴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늘 강조하지만 이는 퇴고의 중요성이기도 합니다

저기 깊은 우물(심연)에서 건져내는 물(문장)은,

그리고 흙탕물도 고요해지면 깨끗해지는 이치마냥,

마음속 조급함과 욕심을 걸러내어(정수)야 합니다


내가 어떠어떠한 주제로 무엇을 쓰고자 할 때는

찬찬히 주제를 연구하고 들여다보며 스스로에게,

시도 때도 없이 질문을 쏟아 부으며 닦달해야 합니다

나는 주방에서 음식을 하다가도, 설거지를 하다가도

묻고 또 묻다가 무언가가 떠오르면 ‘곧바로’,

메모를 하는데 이것 또한 습관으로 앉혀야 합니다


읽기는 존재를 채우고 쓰기는 비워내는 일인 만큼

작가는,

읽고 채운 글알(글밥으)로 정갈하고 건강한 상차림을,

독자에게 내어주는 주방장이자 글(일)꾼입니다

쓰고 읽기에 관해서는 잡론이 많아 또 길어집니다만,

삶도 글도 간소하면 건강한 맛이 나는 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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