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책주의자의 소회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과 걸으며 이야기하는 것의 차이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세계' 때문이다. 앉아서 이야기할 때 만들어지는 세계는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 이 사이의 바깥은 무시된다. 앉아서 이야기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의 바깥을 바라보는 일은 매우 드물다. 반면 걸으며 이야기하는 것은 다르다. 걸으며 이야기할 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바깥이라는 세계 '안'에 말을 나누는 이들의 '사이'가 들어가 있다.
바깥이 세계이기에 언제든 바깥에 눈을 돌리며 동시에 말을 나누는 이들 사이에 머무를 수 있게 된다. 바깥이 존재하며 머무르되 벗어날 수 있음, 이것이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과 걸으며 이야기하는 것의 결정적 차이다. p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