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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 e Y May 11. 2023

요가탑, 너를 갖고 싶다

²⁰²³⁰⁵¹¹ 요가일기 ժɑყ 6  

출산 전 50kg을 넘은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누가 봐도 아이돌 같은 외형은 아니었다. 나도 언젠가는 TV 속 배우들처럼 스키니 한 몸매의 소유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은 있었으나 그리 되기 위해 크게 노력해 본 기억도 없다. 내심 주제 파악은 하고 있었다. 그들과 동일한 헤어 스타일로 자르거나 다듬어도 신체 비율이 확연히 달라 실현하려면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아이돌 외형도 아닌 흐릿한 과거의 나를 갈망한다. 그때도 저런 요가탑을 입어볼 시도 조차 하지 않았고 심지어 원하지도 않았지만 다시 얻을 수만 있다면 마음껏 시도해보고 싶다. 요가 수업이 끝나고 우연하게 잠시 들어간 옷 가게에서 민소매의 드레시한 원피스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며 아쉬운 눈도장을 찍었다. 과거의 내 외형을 갈망하며 요가탑을, 민소매 원피스를 갖고 싶어 하는 내가 너무 어린아이 같아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쓸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정작 요가탑을 열망하는 나는 너무 재밌어서 까르르 뒹굴뒹굴 구르며 한바탕 웃고 싶었다.


오늘의 요가는 음악에 몸을 맡겨 격렬한 듯 매끄러운 듯 흘러갔다. 제대로 자세를 취하는 사람들만큼은 아니겠지만 상쾌한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냇가에 몸을 맡기고 흐르는 어린 나뭇잎이 된 양 생생하고 싱그러웠다. 스무 적, 요가를 하며 인상 깊어 싸이월드 음악으로 설정해 둔 어느 요가 음악이 떠올랐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과거의 그 순간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했다. 그리고 이제 곧 여름. 요가를 계속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요가탑, 너를 정말 갖고 싶다. 돈이 없어서 못 사는 건 아닌 거 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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