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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나를 알아가는 중이다

일이 곧 사명이 되고, 사명이 곧 나의 기쁨이 되는 순간.

by IN삶

오늘 시험 여덟 개가 끝났다.
남은 두 과목은 다음 주 수요일과 목요일.
그 생각만으로도 오늘은 유난히 여유로웠다.


밀린 빨래를 하고, 어제오늘 쌓인 설거지를 마저 했다.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빨래를 돌리러 나가는데,
문득,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깨달았다.


예전의 나는 저런 웃음소리가 부러웠다.
함께 어울리고, 함께 떠드는 사람들 사이에 있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나는 누군가와 함께 있다고 해서,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이어야만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다.
아직은 그 ‘결이 맞는 사람’이 가족 외에는 거의 없는, 전설 속 존재에 가깝지만.


그래서 오늘 느낀 부러움은,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부러움이 아니라,
저렇게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자신감에 대한 부러움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시험기간 내내 방 안에 틀어박혀 지냈다.
대화다운 대화도 거의 없었다.
나는 몰입해야 할 것이 생기면, 세상과 거리를 둔다.
그래서 가끔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 사람일까?”


그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나는 ‘가르칠 때’ 즐겁다.


내가 알고 있는 아주 작은 지식이라도
누군가에게 전해줄 때의 뿌듯함,
그리고 그게 돈이 된다면 — 그건 단순한 기쁨이 아니라 짜릿한 성취였다.


그래서 요즘은 대학원 진학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마침 어제, 학부 연구생으로 지원한 교수님께 연락이 왔다.
“얼굴 한 번 보고 인수인계 준비하자.”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설렜다.
어쩌면 이번이 나에게 대학원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물론 현실적인 계산도 해봤다.
한 학기 등록금이 약 600~700만 원.
3년간 임상 경험을 쌓아야 전문간호사 과정을 밟을 수 있다니,
졸업 후 의무복무 3년은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계획을 엄마에게 말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그건 잊지 말고, 학사 졸업이나 해.”


그래, 나는 아직 2학년이다.
나이팅게일 선서식도 하지 않았고,
교양 수업도 여전히 시간표에 남아 있는 2학년.


그렇다면 나는 졸업 전까지는 즐거울 일이 없을까?
아니다.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강사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일은 내게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삶의 활력이고 취미이며,
무엇보다 나 자신을 증명하는 시간이다.


실습이 시작되면 그 시간도 줄어들겠지만,
그때는 대신 유튜브에서 내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내게 일은 언제나 ‘생계’ 이상의 의미였다.


나는 직업이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서른 전까지는, 일하지 않아도 월급만큼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어
조금 더 자유롭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직업은 나의 취미이자, 나의 사명이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현실적인 계획 위에,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얹어가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성장’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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