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의 나를 택했다.
오늘은 두 일정이 겹치는 날이었다.
하나는 동아리 활동, 다른 하나는 독기의 힘 8기 수료식이었다.
아침까지 고민했다. 저번 모임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았지만, 그 자리에서 나는 ‘나’로서 있지 못했던 것 같다. 아직 부족한 탓이겠지만, 결국 나는 그 자리에 가지 않고 동아리를 선택했다.
아직 그곳에 가기엔 욕심이 크고, 나는 아직 아주 작은 사람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뒤풀이 자리를 감당할 수 있는 돈이 없었다. 그래서 피하듯 선택을 했다.
동아리 사람들은 조금 늦게 도착했고, 비까지 내려서 활동은 거의 못 했다.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함께 우산을 쓰고, 옷을 빌리고, 술잔을 나누던 그 순간들이 좋았다.
생산적인 대화는 많지 않았지만, 학부 연구실 이야기를 들으며 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기분을 느꼈다.
이건 지금 이 순간에만 가능한 경험이었다.
독서 모임은 나이가 들어서도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 연합 동아리는, 오직 지금의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현재의 나로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해보자.
연애도 그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기 위해선 사람들과의 교류를 넓히고, 새로운 경험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오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오늘의 나는 행복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행복했을 수 있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음’을 후회하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다.
나의 가치관이, 나의 목적이 그분들과 달랐을 뿐.
오늘은 그저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