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은 글로 써 내려간다. 말은 흘러가지만, 글은 남으니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듣고 싶은 말만 하겠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은 글로 써 내려갈 것이다.
글은 읽고 싶은 사람이 읽지만, 말은 가만히 있어도 들린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글로 남기기로 했다.
오늘은 많이 지쳤다.
잠을 네 시간 남짓밖에 자지 않았고, 감정적인 신경전이 이어졌고, 움직임이 많았으며, 배부르게 먹은 식사가
오히려 나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몸도, 마음도, 생각도 동시에 피로했다.
내일은 또 아침부터 리허설이 있다.
행사 하나를 주최하는 일은 언제나 만만치 않다.
사람을 조율하고, 변수를 대비하고, 예기치 못한 일들 속에서도 웃어야 한다.
그런 날들은 늘 긴장과 집중으로 시작해 진이 빠진 상태로 끝난다.
그래서 오늘 같은 밤은, 그냥 아무 말 없이 잠들고 싶다.
설거지도 해야 하고, 옷 정리도 해야 하는데, 눈이 자꾸 감긴다.
해야 하는 일들이 머릿속에서 빙빙 돌지만, 손끝이 움직이지 않는다.
오늘만큼은 양치만 하고 잠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
몸이 멈춘다는 건, 이제 쉬어야 한다는 신호니까.
예전의 나는 이럴 때조차 자신을 다그쳤다.
‘해야지, 그래야 괜찮은 사람이지.’
그런 생각이 나를 오랫동안 지탱했지만, 동시에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는 걸 안다.
모든 걸 완벽히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언젠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벽이다.
오늘은 그 벽 앞에서 잠시 멈춰 서기로 했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그냥 멈춰도 괜찮다는 걸 인정하려고 한다.
나는 늘 ‘버티는 법’을 먼저 배워왔다.
열심히보다, 꾸준히보다,
그냥 ‘버티기’를 더 잘했던 사람.
하지만 이젠 그 버팀의 끝에서 나 자신을 조금 더 살펴보고 싶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오늘은 그저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오늘은 그냥 자도 돼.”
“넌 이미 충분히 했어.”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듣고 싶은 말만을 하기로 했다.
그 한 문장이 오늘의 위로가 된다.
이제는 눈을 감고, 내일의 나에게 모든 걸 맡긴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를 위한 쉼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