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없이 시작해도, 길은 만들어진다

도전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질문하고, 한 걸음 내딛는 것부터.

by IN삶

어제 올린 글에 한 이웃님께서 남겨주신 댓글이 있었다.
그 문장을 읽다가 손이 잠시 멈췄다.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유심히 보고, 나의 행적과 움직임, 그리고 그 배경까지 궁금해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고마웠다.


댓글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미래 계획은 어떻게 세워졌을까요? 그리고 그 계획이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게 하는 에너지는 무엇인가요?”


그 질문을 읽는 순간, 나는 내가 살아온 지난 몇 년을 훑어보게 되었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바쁘고, 다양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삶을 살고 있었을까.
내가 지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방향성은 언제부터 자리를 잡게 되었을까.
그리고 정말, 나는 처음부터 계획이 있었던 걸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처음에는 계획이 없었다.


나는 미래를 멀리 내다보고 살아온 사람이 아니었다.
10년 뒤, 20년 뒤의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역산하여 지금 해야 할 일을 정리해 나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눈앞에 있는 일들을 성실히 해내면서, 동시에 ‘더 재미있는 것, 더 성장할 수 있는 것, 더 연결될 수 있는 것’을 향해 조금씩만 기울어간 사람이었다.


올해 초에 적어둔 목표를 다시 열어보면 더욱 그렇다.
그때의 나는 ‘내면을 가꾸는 것’과 ‘사유의 깊이를 성장시키는 것’에 더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때의 목표에서 분명히 벗어난 길 위에 있다.
어떤 길은 더 앞서 나가 있고, 어떤 길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다.
하지만 그 길이 내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나는 사실 오래전부터 ‘성공하고 싶다’는 막연하고 근원적인 열망이 있었다.
그리고 이 성공은 단지 물질적인 것에서 끝나는 종류가 아니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구축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 마음이 내가 바라보는 ‘돈’과 ‘시간’의 방향을 결정지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내가 가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24살.
대학생이라는 신분으로 보면 젊지만, 사회라는 전체 흐름에서 보면 결코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걸 체감하는 나이.
이 나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따라 앞으로의 5년과 10년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내게는 처음부터 ‘계획’이 없었다.


대신 나는 호기심이 있었다.


나는 원래부터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언어를 잘하는 사람이 멋있게 보이면, 스페인어 수업을 듣고,
누군가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주식과 코인에 뛰어들고,
부동산에 대해 듣게 되면, 일단 책을 사고 모임에 나가고,
유튜브를 해보고 싶으면, 바로 카메라를 들고 찍는다.


말하자면, 내 인생의 많은 결정들은 “궁금하니까 한 번 해볼까?” 에서 출발했다.


그 선택들은 하나하나만 보면 가볍고 사소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가벼운 시도들이 뭉쳐져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 시도들이 서로를 연결하기 시작했다.
스페인어를 배워본 경험은 내가 한국어 강의를 시작하는 데 영향을 주었고,
유튜브 편집 경험은 뉴스레터 발행으로 이어졌고,
태권도 학원 강사 알바 경험은 ‘가르치는 능력’을 스스로 인정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모든 경험들이 교수님들과의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나는 내가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내가 해온 모든 시도들이 준비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웃님이 묻는 두 번째 질문이 등장한다.
“그 실행력을 유지하는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인가?”


나는 자신의 에너지량이 많은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쉽게 지치고,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예전의 나는 무언가를 시작해놓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이 나를 따라다닌 시절도 있었다.


나는 궁금하면 바로 시작하고,
시작하면 구체적인 맥락이 생기고,
맥락이 생기면 방향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까, 내 실행력의 원천은 지치지 않는 열정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는 질문이다.

“왜?”
“어떻게?”
“그럼 나는?”

이 질문들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하지만 물론, 이것이 항상 좋은 결과만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나는 때때로 너무 많이 벌리고, 너무 많은 것을 동시에 감당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속도 조절을 강요하기도 한다.
사실 요즘도 그렇다.
음악을 들을 시간도 부족하고, 유튜브 한 편을 끝까지 본 적도 거의 없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 취향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안다.
이것은 단점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작동 방식이다.
그리고 이 방식은 분명 나를 앞으로 데려가고 있다.


사람마다 속도는 다르다.
누군가는 한 가지를 깊게 파며 살아가고,
누군가는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서 방향을 찾아간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나는 걸어보면서 길을 만든다.


마치, 아무도 지나지 않은 눈밭 위를 조심스럽게 디뎌가는 것처럼.


그래서 지금도 나는 미래가 정확히 어떻게 펼쳐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두렵지 않다.


내가 걸어온 길이 이미 나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내는 발걸음은 헛되지 않았고,
그 발걸음들이 마침내 연결되어 나만의 궤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기대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어떤 질문에 이끌리고 있는가.
어떤 호기심을 품고 있는가.
그 호기심을 향해, 아주 작은 한 걸음이라도 내디딜 수 있는가.


생각만 해서는 길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한 걸음 걸으면,
그곳에 길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하루씩, 한 발씩, 질문을 따라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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