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게 사랑이겠지. 아주 조용히 시작된 변화에 대하여
요즘 자꾸 제가 사랑 글을 쓰기 시작한다고 느껴지신다면 맞습니다.
스레드도 그렇고 블로그도 그렇고 하루의 대화 주제가 온통 ‘그’일 정도로 제 일상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저보다 더 큰 덩치, 얼굴이 부정적이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훈훈함이 저의 이상형이었던 저는, 그가 그리 끌리진 않았습니다.
밥을 먹고, 대화를 하고, 나를 위한다는 게 느껴지는 그 순간에서 저는
‘이것이 좋아하는 감정이라면, 나는 사랑을 해보지 않았다.’라는 정의를 내릴 정도로 그는 저를 좋아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두 번을 만났을 때, 그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짧은 시간이더라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를 불러 나랑 드라이브하자는 말을 먼저 건넸습니다.
갑작스러운 부름에도 그는 응해주었지만 공부하다 나온 그의 꼬질한 모습이
저를 만날 때와는 너무 대비되어 오히려 제가 더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여태껏 마주했던 다른 남자들처럼 끌리는 마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그가 매일 저를 꼬시면서(그의 표현입니다. 결혼하고 나서도 매일 꼬실 것이라고..)
저의 마음은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물들어갔고, 이제는 그냥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즐겁고 재미있어서
헤어질 때 너무 아쉽습니다.
심지어 자꾸 제가 있는 미래를 말해서, 그 말들이 묘하게 자신감이 있어서, 믿게 되는 것 같아요.
이미 그는 결혼식 로망과, 신혼여행 로망이 이미 있는 남자이기에 벌써 그런 이야기를 하지만
아무 생각이 없었던 제가, 또 다른 길들을 상상하게 해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요상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또 함께 자주 웃으니까(금토일 만났어요) 그의 외모가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빵을 썰던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가, 이제는 제 짓궂은 장난에 붉어지는 얼굴이 귀여워 보이고,
진중한 눈빛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조차 귀여워 보입니다.
귀엽다는 단어가 아니라 적당한 단어를 찾고 싶은데, 지금 당장은 생각이 나지 않네요.
생각해 보면, 그의 조건은 외모 외에는 너무 제게 과분한 수준이더라고요.
어제는 누워서 그의 부모님이 제게
“너 같은 애가 내 아들을 만나?! 당장 헤어져!”라고 말하는 것을 상상해 보기도 했죠.
이 말을 그에게 하니, “나만 통과하면 부모님은 프리 패스일 것이다.”라고 하더라구요.
그 말이 왜 그리 듬직한지.
성인이 되고 나서 두 번째 연애지만 애 같은 연애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애 같은 연애를 나누는 기준은, 마음의 깊이라고 생각해서,
이 사람에게 점점 빠져들어 어느 순간 이 사람에게 내 무엇인가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진짜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아마, 이 사람과 관계가 발전이 된다면 웃기도 많이 웃겠지만 울기도 하겠죠.
정말 진심이 될 것 같아서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진심에 물들어가고 있는 제가 신기합니다.
첫사랑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제가 힐링하는 시간이고,
그의 한마디가 자기 앞에서는 실패하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라서,
그리고 그가 삶과 스스로와 나를 대하는 태도들이 너무 좋아서,
아마 그의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엄마도 요즘 제가 행복해 보인다며, 드디어 첫 연애를 하는 거냐며
저보다도 더 신나하시는 중입니다.
만약 결혼해서 애가 생긴다면, 일주일에 하루는 자신이 애를 봐 줄 테니 데이트를 하고 오라고 하십니다.
(엄마가 더한 것 같아요. 아직 고백도 안 받았는데 어디까지 가는 건지 참..)
일단 엄마는 오케이 받았고, 그의 로망인 신라호텔에서 결혼하기를 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아 볼 생각입니다.
오빠라고 부르라고 은연중에 자꾸 흘리는데, 오빠는 신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관계가 업그레이드된다면, 호칭이 생긴다면, 00님이 아닌 오빠라고 부를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는 것 같아서, 그가 내 귀인인가를 생각할 정도로,
요즘 너무 재미있고 신납니다.
아직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리진 않지만
그를 만날 매일매일이 기대되고 그를 자꾸 생각하곤 합니다.
제 미래가 바뀐 순간일까요?
제가 상상했던 그런(혼자 살고, 나의 미래만 생각하던) 미래들이 한 번에 와장창 깨지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여자가 되고,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또 다른 가족이 생기는 순간을 상상하게 됩니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겠냐마는, 아직도 저는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 말한 것으로 봐서는 1월 어느 날에 관계 발전이 이루어질 것 같긴 한데,
아주 다이나믹한 새해를 맞이할 것 같습니다.
12월은 둘 다 바빠 만나지를 못할 테지만,
그 시간이 벌써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건,
그의 가스라이팅(p)에 달궈진 제 마음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