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Day1-2 : 12/30 런던에서의 첫날

아직 한국이지?

by IN삶

18:40 즈음 공항에 도착했다. 17:30 도착 예정인데, 출발을 그리 늦게 했으니 늦게 도착할 만도 하다. 중국동방항공은 여유가 있다면 타는 게 좋으리라. 얼마나 지연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짐을 일찍 실었어서 짐이 나오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두 가방 비슷하게 나왔고, 짐을 찾고 우리는 지하철을 타러 왔다. 숙소에 가기 위함이다. 이 시간이면 숙소 가서 짐 풀고 장 보러 가기도 애매함 시간일 것 같다. 그래도 런던 전철 안내방송은 해리포터에서 듣던 그 목소리여서 설레는 기분이 배로 든다.


눈에 보이는 칸 끝쪽에 자리를 잡았다. 약 40분 정도 간 뒤에 환승해서 20분 정도룰 더 가야 한다. 그런데 하필 우리 쪽 창문이 없는 것이 아닌가!! 덕분의 지하의 바람도 쐬면서 상쾌(?)하게 가는 중이다. 런던 지하철의 첫 느낌은 생각보다 좁았고, 심하게 덜컹거려 놀이공원에 온 기분을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문이 닫힐 때에는 상당히 손가락 넣으면 잘릴 것처럼 닫힌다. 오래된 문 열리는 소리가 나면서 열린다. 그리고 가끔 머리 위의 전등이 깜빡거리는데 디멘토 나올 분위기처럼 생겼다. 역시 영국이 소설을 잘 쓰는 데는 이유가 있겠거니 싶다.


환승을 하려고 전철에서 내렸다. 연말이라고 오늘, 30일은 토요일 시간표대로 운행한다는 것과, 우리가 갈아타야 할 초록색 라인에서 10분 정도를 기다렸지만, 전철은 오지 않았고, 결국 친구의 기지로 다른 전철로의 환승을 찾아 다른 역으로 계속 갔다. 전철을 환승려고 할 때, 30개 정도 되는 계단이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엘리베이터는커녕 에스컬레이터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도합 30kg이 되는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올랐고, 나는 가방이 세 개였기에 나를 불쌍히 여기던 지나가던 한 흑인 소녀가 나에게 도움을 줄까 물었기에 나는 도움을 구했고, 무사히 올라올 수 있었다.


친구는 그녀가 가방을 들고 튈까 걱정했었다곤 하지만, 내 생각에 아직 세상은 따뜻하고 그녀 역시 어디를 가는 듯하게 보였기에 의심을 쉬이 물릴 수 있었다. 내가 봐도 나는 너무 사람들을 믿으며 태평하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아마 통수를 당하지 않는 이상은 사람들을 믿을 것 같다.


그렇게 전철을 타고-이번에는 자리가 조금 널찍하여 앉을 수 있었다-우린 빅토리아 역에 도착했다. 빅토리아 역에 지하 3층에 도착했었는데, 역시나 에스컬레이터는 없고 엘리베이터는 중간중간 끊겨 있어서 갈아타야 했었다. 이리저리 찾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에 올라온 순간, 서울역과 같은 큰 돔 안에 돌아가는 시계탑이 보였고, 실내인 줄 알까 입구에서부터 날아오는 비둘기의 날갯짓 소리가 귀에 들렸으며, 출구를 찾기 위해 바로 둥을 돌리는 순간 빨간 버스와 멋진 건물인 빅토리아 극장을 발견했다. 너무 아름다웠지만 일간 숙소에 도착하는 것이 먼저였고, 지하철이 오지 않은 데에 대한 이슈와 너무 무거운 짐을 끌고, 지고 다녀야 하는 이슈로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길을 잘못 들었어도 즐거웠을 텐데, 상황이 우릴 스트레스받게 만들었다.


걸어서 19분 거리인 1.3km는 짐이 없을 경우였고, 우리는 아까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를 때 잡힌 손의 물집으로 걸음은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그렇게 빅토리아 역에 도착한 지 약 40분이 지나서야 우리는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얼른 짐에 들어있는 식량을 소비해 파리로 넘어갈 때 그 곤욕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숙소 건물을 찾아 길을 잘못 찾거나 목적지를 숙소가 아닌 곳에 설정하여 숙소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등 약간의 방황도 했지만, 우리는 금세 도착할 수 있었고, 약간의 짜증이 서로 오갔지만 이건 짐 때문에 우리가 서로 예민해진 거라며 서로를 다독였다. 숙소 건물에 도착하니 다행히도 엘리베이터사 있었지만, 우리 짐을 들고 타기에는 한 사람만이 짐과 같이 탈 수 있는 아주 작은, 영화에서만 보던 엘리베이터였다. 그렇게 내가 먼저 타고 2층으로 올라가(0층이 존재하기에 실제로는 3층이었다) 6번 방 앞에서 친구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노크를 했다. 친구가 올라올 때 즈음 안에서 스텝분이 문을 열어주셨고, 우리는 신발을 벗고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짐을 내려놓은 후, 방과 공용공간을 안내받고, 그 자리에서 서로 생명수와 같은 물을 들이켠 후에 우리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첫 일정인 슈퍼 탐방을 하기 위해서다. 무거웠던 코트를 벗고, 양 어깨를 짓누르던 가방과 별로 짐이 없어 거슬리던 가방 하나를 내려놓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1파운드가 대충 1,800원인 상황. (환율이 점점 오르고 있어서 참 지옥 같은 맛이다. 31일 아침에 쓰는 중인데, 환율이 1,889원이다.) 숙소에서 빵과 잼, 우유와 물, 시리얼 3종과 차, 커피, 석식으로 라면을 제공해 주기에 우리는 딱히 살 것이 필요 없다고 느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바람을 쏘이고 우리의 기분을 환기시켜 주는 짧은 산책이었기에, 우리는 보다 웃음 가득한 얼굴로 다시 숙소에 돌아올 수 있었다.


공용공간 사용시간이 24:00까지였기에, 22:00 즈음 도착한 우리는 샤워시간을 예약한 뒤, 짐을 정리하고 샤워를 했다. 짐을 정리하다 보니 캐리어 비밀번호가 맞지 않아 자물쇠가 열리지 않았다. 당장 20분 뒤에 샤워를 하러 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가방이 열리지 않아 이 가방을 들고 갔던 동생에게 sos를 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이 너무 가관이었다.


(남매간의 대화임을 감안하고 읽어야 합니다)


‘자니? 캐리어 번호 알아?‘


‘그거 계속 바뀜 돌리면’


‘?’


‘내가 마지막으로 알아낸 건 963인가’


‘일단 풀었음’


‘어떻게 품’


‘찍어온 거랑 달라서 한 자리씩 앞뒤로 바꿔봤는데’


‘ㅇㅎ 굳‘


’ 시작할 때는 804였는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다 너는 그거 어떻게 품?’


‘하나하나 돌렸지 000부터 ㅅㅂ’


나 역시 000이나 999부터 하나하나 돌려야 할까 고민했었지만 나는 운이 좋게도 한 자리 번호만 바뀌어서 금방 짐을 열 수 있었다. 다이얼을 돌리면 비밀번호가 랜덤으로 바뀌는 가방이라니. 참 신기했다. 가방 내장 자물쇠를 사용하지 않고 따로 들고 간 자물쇠를 이용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가방에서 세면도구와 속옷을 꺼낸 후, 잠옷바지를 들고 오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덕분에 오늘 비행기에서 하루 종일 입었던 바지가 나의 잠옷바지가 되었다. 그거 외에는 너무 나 외출복이요 하고 있는 듯하여 그렇게 결정했다. 씻을 준비를 마친 후 침대 위로 기어올라가 브런치 목차와 1회 차 글을 발행 준비하고는 시간이 되어 씻으러 갔다. 친구까지 씻고 나서 우리는 가방의 무게를 줄이기 겸 저녁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내 기준으로 한국에서 출발할 때 먹은 삼각김밥과, 세 번의 기내식, 중국 공항에서 먹은 숙모가 싸주신 김밥을 포함하면 벌써 다섯 끼를 먹었지만, 배를 채워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친구의 가방을 먼저 해결한 후, 나의 가방을 털기로 하고, 친구의 가방에서 햇반 두 개와 김 한 봉지, 소고기 고추장을 하나 꺼내 후다닥 밥을 먹었다. 외국에서의 첫 끼가 한식이라는 사실이 놀랍지도 않지만, 내일은 맛있는 거 먹어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파리로 이동할 때 짐이 이주 무거울 것 같으니 빨리 먹어치워 무게를 줄이자는 생각이 가득했다.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방에 돌아오니 00:00 즈음이어서 바로 침대로 올라왔다. 오늘 하루를 회고하며 일기를 적을까도 잠시 생각했지만, 이불을 덮고 나니 금세 몸이 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어 눈을 감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Day1-1 : 12/30 한국-런던 이동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