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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를 포기해야 한다

하나의 직업, 또 다른 직업의 등장

by IN삶

한국어 강사로서의 삶을 살아온 지 벌써 1년 하고도 8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거의 소소한 용돈벌이부터 해서 거의 1천만 원 정도를 벌어온 것 같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플랫폼을 떠나 나만의 새로운 사이트를 만들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엄청난 구상만 할 뿐, 여러 가지 현실적 이유 때문에 실현시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도 월 50만 원 전도를 꾸준히 벌고 있는 사람으로서, 6-7명의 학생들을 매 해 봐 온 사람으로서, 이 일이 점차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일도 곧 막을 내릴 것 같기도 하다. 맨 정신으로도 버티기 힘들다는 실습 1000시간.(지금은 학점 이수제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시간은 더 늘어날 것 같은 건 기분 탓이지.) 그 실습의 시작이 곧 다가오기 때문이다.


강사를 계속하는 한이 있더라도, 앞으로 다가오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밀려오는 과제에, 가능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은, 지금 나와 같이 수업하고 있는 친구들은 두고 새 학생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 일을 하면서, 스스로 돈을 지속적으로 버는 경험을 해 보았고, 많은 외국인들과 직접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경험을 얻었으며,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적성에 맞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어쩌면 10년 뒤에는 어느 대학의 교수가 되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내게 이 일을 제안해 준 친구도 지금 한국에 들어와 석박사 학위를 위해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교수, 혹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그녀와 비슷한 길을 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교수 말고도 원체 세상은 급격하게 바뀌니 내가 졸업하고, 의무복무 3년이 끝난 뒤에는 또 다른 직업이 생겨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교육전담 간호사로서 병원에서 근무할 수도 있는 거니까.


곧 이 직업과 이별을 고해야 한다는 것이 참 아쉬웠다. 나는 이 일을 알바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다른 강사들보다는 싼 값에 강의를 했지만, 내 영어 수준에 비하면 꽤나 괜찮은 수입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아직 너무나 힘이 드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습은 본격적으로 2월부터 시작되지만, 나는 나의 일정이 이제는 고정이 되었으면 한다. 이번 학기에 배우는 것이 실습을 나가서 써먹어야 하기 때문에, 암기할 것도 많고, 이해할 것도 많기 때문에 하나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강사가 본업은 아니었으니, 할 말은 없다. 내게 본업인 학생을 완벽히 이수하고 나서 다른 직업을 또 찾아도 늦지 않는다.


그릇이 깨지면, 새로운 그릇이 들어온다고 했다.

직업이 사라지면, 또 다른 직업이 온다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세상의 문을 두드리는가, 내가 얼마나 노력하냐에 따라 그 길은 아주 다르게 열리기도 할 것이다.


해보자,

나아가자,

성장해 보자.


그게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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