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자퇴를 염두하고 있다면

낭떠러지도 길이다.

by IN삶

당연히 하지 말라고 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혹은 일시적 도피는 하지 말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하라는 이야기도 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반대한다. 그게 고등학교던, 대학교든.


나는 도피성 자퇴를 한 번, 꿈을 찾아 나선 자퇴를 한 번, 총 두 번의 자퇴를 했다. 물론 전자의 결과는 고등학생이었기도 하고, 내게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런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나는 고등학교의 도피성 자퇴로 인해 3년을 고생했다. 자퇴하기 전에도 몇 년을 앓았기에 그것을 포함하면 참 많은 것들을 잃었다. 많은 시간을 잃었고, 많은 친구들을 잃었고, 많은 가능성들을 잃었다.


그렇기엔 도피성 자퇴를 추천하진 않는다. 물론 요즘 드는 생각은 남들도 다 하는 생활인데, 내가 여기서 못 버틴다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고 하지? 하는 생각도 강해졌다. 그래서 이왕 자퇴를 할 것이라면, 남들과 다른 길을 가겠다고 확신한 사람이 했으면 한다. 일반적인 삶에 미련을 갖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두 번째 자퇴에서는 친구들을 모두 잃었다. 그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나를 언팔로우했고, 연락이 끊겼고, 심지어는 반기지도 않았다. 물론 관계가 다인 것은 아니다. 나의 문제는 자퇴를 한 순간부터 이미 나는 일반인과 다른 길로 들어서야 했던 것이었는데, 자꾸 미련을 가지고 일반인들의 삶을 동경했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번외로, 자퇴를 한다는 것은, 내가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인 셈이다. 성격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 가치관 등등이 사회에 어울리지 못할 정도로 다르다는 것.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일찍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요."라고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가치관이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게 빨리 대학에 진학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대학을 왜 가고 싶어 하는 가? 학교가 싫어 학교를 벗어났다면, 왜 다시 학교로 돌아가려 하는 것인가.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세상에, 그렇게 어린 전문가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쉬울 수 있다고 보는가? 동경의 대상이 되고 싶다면, 질투의 대상이 되는 것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관계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 꼭 본인의 삶을 돌아보길 원한다. 내가 문제가 아니었는지를. 어떤 사람이 내가 싫은지를 적어 본 다음에, 그 사람과 나의 행동을 비교해 보아라. 그렇다면 금세 나의 문제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천재 거나, 집에 돈이 없어 빠르게 교육과정을 마쳐야 한다거나, 집이 아누 재벌이라 돈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 등등의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으나, 당신이 특별한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당신은 지금 자퇴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 있거나, 그렇게 생각하는 주변인일 수 있기에, 몇 가지 당부를 한다. 특히나 학교 밖 청소년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 자퇴는 인생 리셋버튼이 아니다.

- 전학이라는 옵션이 있다. 당신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라.

- 교육과정이라는 것은, 작은 사회를 경험하는 것이다. 그 사회를 경험하고 이겨낼 능력도 없으면서 큰 사회에서는 어떻게 삶을 살아가겠는가?

- 이력서를 한번 써 보아라.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려면 이력서를 써야 하는 순간들이 상당히 여러 번 온다. 학력 칸에 빈칸, 혹은 '중퇴'라는 말을 적을 수 있겠는가?

- 학교를 다니면서도 당신이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 포기하지 마라. 학교도 하나의 선택 옵션이다.

- 학교도 하나 못 다니면서, 당신이 하고 싶은 그것은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세상은 네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 자퇴는 명함이 아니다.


자퇴는, 달콤한 향을 내뿜는 약이다. 그 약은 잘 쓰면 약이지만, 조금이라도 잘못 사용한다면 독약이 될 수 있다. 자퇴는 순간이 걸려있지 않다. 당신의 인생이, 그리고 어쩌면 주변인들의 인생이 걸려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이기에, 신중했으면 좋겠다.


당신이 정말 힘들다면, 상담을 우선 받아봐라. 상담을 받으며 진단서를 들고 가면 적어도 결과 처리가 되어 퇴학은 당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진심이다.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문제이거나, 당신의 주변환경이 문제인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연유로 당신이 자퇴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의 인생에는 반드시 다른 옵션이 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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