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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아 Sep 22. 2023

협업, 같은 목표를 '발견'하고 '연결'하는 힘

'최소현 네이버 디자인·마케팅 부문장' 이야기

1. 더 배우고 성장하고 싶었습니다.


창업 후 20년간 대표를 맡았습니다. 창업자가 없어도 지속가능한 팀이길 바랐지만 갑자기 나가서 다른 회사에 들어간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습니다. 그러다 질문을 받았어요. "어떻게 살고 싶나요?" 머리가 띵하더라고요. 제가 남한테 물은 적은 있어도, 제가 들은 건 처음이거든요.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뭘 하고 싶은지 묻다 보니 답이 나왔습니다. '더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 그제야 네이버가 다시 보였습니다. 열 달 고민 끝에 입사한 곳에서는 같은 말을 다른 언어로 하는 사람들을 연결하러 갔습니다.



2. 완벽함을 추구하는 프로들이기에 노트북을 닫고 이야기합니다.


보통 디자인, 마케팅을 총괄한다고 하면 '멋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모습만 생각하는데, 연결자로서의 여갈도 중요하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완벽한 결과물을 만드는데 익숙한 프로들이라서 칭찬 주고받는 걸 어색해했습니다. 또 정답을 말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걸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야기로 공감을 이끌어내고, 웃음으로 마음을 무장해제해서 열린 대화를 이끌어내고 싶었습니다. 얼어있는 튼튼한 돌 벽에 물을 부어 꽃피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 번은 회의하다 말고 "노트북 잠시만 닫으면 안 될까요?"라는 말을 했습니다. 


한두 달은 쉽지 않았지만 최대한 많은 동료들에게 밥을 먹자고 먼저 청했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아이스브레이킹을 해야 할 때 "어릴 적 꿈이 뭐였어요?"라는 질문을 자주 합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신기하게도 자기 꿈을 떠올리고, 제가 맞장구치면 본인 이야기를 풀어놓더라고요. 회사 안으로 들어온 지금은 외부 컨설턴트로 일할 때와는 시야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모두 사실 같은 방향, 같은 가치를 향하고 있는데 그걸 각자의 언어로 말하면 잘 안 들리잖아요. 제각각의 선들이 원 중심에서 만나도록, 같은 방향을 향해 있다는 점에 공감할 수 있도록 통역하는 게 제가 맡은 중요한 역할이란 걸 매일 깨닫고 있습니다.



3. 질문 훈련이 꼭 필요합니다.


질문 노트가 있습니다. 입사 첫날부터 쓴 건데 저는 사실 질문의 힘을 가장 믿습니다. 문제 해결은 혼자 할 수 없고, 여럿이 함께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질문만 적습니다. 답을 달려고 하면 잠을 못 자요. 답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떠오르는 질문을 기록해 둡니다. 5~6개의 질문만 쌓인 노트 두께가 꽤 두꺼워요. 8개월 전에 머리 아팠던 질문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면 제가 성장했다는 걸 느낍니다. 좋은 디렉션을 주고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서 스스로 혹은 누군가에게 질문하는 훈련이 꼭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4. 유연한 문화는 '투명성'에서 옵니다.


유연한 문화를 만들겠다고 느닷없이 '조직 문화혁신'이런 걸 말하면 다 얼어붙습니다. 좋아지기 위해 하는 거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겁니다.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먼저 솔직하고 투명하게 다가가야 직원들도 결국 '이렇게 말해도 되는구나'를 알게 되니까요. 


방향이 이상하다고 느낄 때, 누구나 편하게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제 이야기를 꺼내 놓을 안전장치도 필요하고요. 이게 결국 가장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앞뒤 다르지 않고, 치사하지 않은 것. 그리고 그게 제가 발하는 '일에 대한 태도'입니다. 



5. '내가 뭘 잘하는지'알아야 합니다.


연결자로서 전공 분야보다 본인의 특성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꿈을 물어보는 이유가 그래서예요. 디자이너가 되기 이전에 가졌던 꿈. 대통령일 수도 있고, 역사학자나 기자일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서 자기 기질이 드러난다고 봅니다. 꿈이 그 이후의 경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요.


깊고 좁게 볼 줄 아는 사람이냐, 넓은 관심사로 구슬을 꿸 줄 아는 사람이냐에 따라 스페셜리스트형, 제너럴리스트형, 모더레이터형 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전공 분야로 각자 자신만의 키 도메인을 만들되, 어떻게 쓸지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뭘 하는지에 달렸습니다. 



6. 의미를 너무 좁게 해석하면 안 됩니다.


협업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이란 의미를 너무 좁게 해석하거나 외부시선에 본인을 가두면 안 됩니다. 인풋을 넣고 질문을 던져, 결정하는 일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을 왜 하고 싶은지, 누구와 어떻게 일할 때 성과가 나는지 스스로 파악하는 것을 기술과의 협업 이전에 우선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기술이라는 바탕에 올릴 수 있는 '나의 강점'은 뭘까 탐색하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다양한 업계의 동료들과 얘기하고 부딪히면서 이 그림이 어디까지 실현될 수 있는지 확인하면서요. 당장은 답을 구할 순 없을지라도 호기심을 갖고 상상하고, 질문하고 기록하는 것. 사람과 자연으로부터 자극을 얻는 것. 모두 나중의 또 다른 협업의 씨앗이 되리라 믿습니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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