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성아 Nov 07. 2023

기업을 위한 병원, 파산 직전 '안다르'살린 에코마케팅

'김철웅 에코마케팅 대표이사/안다르 글로벌부문 대표' 이야기

1. 저희는 기업을 위한 병원입니다.


2021년, 안다르는 말기암 환자였습니다. 투자 안 했으면 그날로 파산했을 거예요. 300억 원 적자, 자산에 200억 원이 넘는 악성 재고를 떠안고 있었습니다. 치료해 보기로 했습니다. 말기암을 고치면 어떤 회사도 살릴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사내 반대가 심했습니다. 그래서 제 지분 먼저 투자했어요. 4개월간 대수술 끝에 살아났고, 그제야 회사도 투자했습니다. 



2. 암의 원인은 '사람'입니다.


스타트업 99%가 겪는 문제입니다. 보통 스타트업 대표는 회사를 키우려면 본인 같은 능력자를 더 채용한다고 생각해서 C레벨 인사를 영입합니다. 이들은 대기업에서는 일을 잘합니다. 하지만 맨땅에 헤딩은 못해요. 게다가 자기 사람들과 같이 옵니다. 사내에 소그룹 몇 개가 생기면 알력다툼이 시작되면서 협력은 관심이 없어집니다. 자기일만하는데 이걸 방치하면 암세포가 됩니다. 더 심각한 건 본인이 암세포인 줄 모르고 열심히 일한 다는 겁니다.



3. 치료방법은 '제대로'일을 하게 하는 겁니다. 


안다르 전체 인력이 3개월 만에 176명에서 50명으로 줄었습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었고, 오히려 일을 '제대로'시켰습니다.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설계도를 먼저 그렸고, 우선순위에 맞춰 일하게 만들었습니다. 불필요한 점포를 없애고, 주력 상품을 바꿨어요.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집니다. 그동안 내 멋대로 하다 누군가 시키는 일을 하려니 힘든 거죠. 그랬더니 정말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만 남았습니다. 



4. '본질'을 건드리는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상품기획, 생산파트만 안다르에 맡기고 나머지는 전부 저희가 가져왔습니다. 마케팅의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를 통제하고, 프로덕트를 재설계했습니다. 상품은 좋은데 타깃시장이 작았어요. 그래서 운동복에서 일상복 개념으로 넓히며 시장 사이즈를 키웠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운동을 많이 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레깅스 비중을 줄이고 다양한 라인업을 내놨습니다. 일상복 같아서 출근할 때 입어도 좋고, 걷거나 뛸 때도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케팅으로 파산직전회사를 살릴 수 있었던 건, 프로덕트를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프로모션만 설계하는 건 도둑질이에요. 본질을 바꾸는 게 진짜 마케팅입니다.



5. '신입사원만 뽑는 회사'입니다.


저희 회사가 '신입사원만 뽑는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 사람은 40살만 돼도 '라'를 타기 때문입니다. 옛날 지식과 경험이 세포에 배어있습니다. 혁신을 못하는 거죠. 혁신의 정의가 뭔지 아세요? '낡은 가죽(혁)을 벗기가 새살(신)을 돋게 한다'는 뜻입니다. 다른 곳에서 일하던 습관이 밴 사람들은 혁신하기 힘들어요. 기존 질서를 완전히 없애고 새로운 방식을 못 내놓죠. '원래 그래'라는 말만 합니다. 그래서 본업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혁신을 못합니다.



6. 작년과 똑같이 일하면 '퇴출 대상'입니다.


물론 저희 회사에도 장기근속자가 있습니다. 다만, 하나 지켜야 하는 게 있습니다. 작년과 똑같이 일하면 안 됩니다. 직원이 작년보다 얼마나 더 성장했는지 관심 없어요. 혁신을 실천했는지만 보는 겁니다. 그래서 모든 직원을 한 팀에 9개월 이상 두지 않습니다. 고이면 썩거든요. 다른 팀으로 이동시 '무엇을 다르게 했나'만 인사평가에 반영하고 지금껏 쌓은 역량을 결합해 무조건 새로운 걸 내놓게 합니다.


이방식을 모든 회사에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업무 스킬이 쌓여 성과를 내는 곳에서 이러면 조직이 망가져요. 하지만 시대를 반발 앞서 이끌어야 하는 곳이라면 가능합니다. 움직여서 기존 가죽을 뚫고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합니다. 



7. 혁신의 원칙은 '아우토반 원칙'입니다.


혁신하고 성과가 나오면 그에 맞는 보상을 해줍니다. 사원 급이라 하더라도 능력만 있으면 연봉도 그만큼 받아요. '아우토반 원칙'입니다. 우리가 속도 제한이 없는 고속도로에 서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여기서 내 차의 주행속도는 몇 Km일까요? 정답은 '앞차의 주행속도'입니다. 내가 아무리 빨리 달리고 싶어도 앞차가 안 비키면 소용이 없어요.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선배들이 앞에 쭉 서 있으면 절대 못 달립니다. 연차가 낮을수록 도전장을 내밀기 힘들어요. 그래서 아예 회사 제도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빨리 달리고 싶은 사람은 손들라고요. "저 이번에 진급하고 싶어요", "팀장 하고 싶어요" 말하면 됩니다. 아우토반에서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왼쪽 깜빡이를 켜는 겁니다. 


그런 뒤 직원들 앞에서 계획을 발표하고 통과되면 팀을 세팅합니다. 대신, 성과가 없으면 바로 해체합니다. 팀장은 직책이지 직급은 아니거든요. 직원들에게 자발적으로 참여와 제안, 자유와 전결권을 주고 그에 맞는 책임도 지게 합니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5737


매거진의 이전글 29살 첫 팀장의 반성문, 출퇴근길 오답노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