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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아 Nov 20. 2023

회사의 원칙을 정의할 때가 왔다_1

HBR '회사의 원칙을 정의할 때가 왔다'

기업이 어려운 결정에 직면했을 때 원칙이 정립돼 있다면 더 나은 선택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원칙은 기업의 가치나 사명 선언문과는 구별되지만 종종 그것으로부터 영감을 받기도 한다. 원칙은 조직이 전략을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정표이자 때로는 조직원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히는 규칙을 제공한다.


기업에 힘이 될 수 있는 원칙은 명확하고 실행 가능하다. 클라우드 파일 공유 서비스 회사인 박스(Box)는 직원들에게 "사용자가 어디서나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파일과 정보에 액세스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우선시하라고 지시한다. 


원칙의 힘은 경영진의 명확한 지시 없이 직원들이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의사결정 내려야 할 선택 옵션이 원칙과 충돌하는 경우, 직원들은 고뇌하다가 원칙을 더 앞세우는 판단을 내릴 것이다. 소위 정보기술 기업에 대한 반발심을 나타내는 테크래시(Techlash)는 보통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의사결정을 위한 섬세한 원칙이 결여된 고성장 벤처의 급격한 확장에 기인한다. 


원칙에 대한 우리의 신념은 학생과 기업가를 멘토링한 40년간의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스탠퍼드대 공과대학의 기업가정신센터(STVP)가 "원칙에 입각한 기업가적 결정"이라는 강좌를 개발하도록 지원했다. 레이 달리오 저서 <원칙>(한빛비즈, 2018)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달리오의 책은 그의 개인적인 원칙과 그 원칙이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성공에 어떻게 작용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는 모든 조직이 원칙을 개발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일반적인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


앞으로 조직이 지정학적 재편, 기후변화, 가속화되는 기술 발전과 씨름하면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불안정한 환경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원칙이 필수적이다. 기업이 원칙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출처 : 픽사 베이



1. 좋은 원칙의 조건


많은 개인과 조직이 '가치'와 '원칙'이라는 용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두 용어를 혼동하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가치는 조직이 값지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광범위한 대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윤리 강령에 "정직" "성실성" "장기적 관점 지향" "고객에 대한 강조"를 장려한다. 모빌리티 플랫폼 리프트의 핵심 가치는 "나답게 살기" "다른 사람을 끌어올리기" "실현하기"다. 가치는 회사 문화를 만들고 그에 대한 약속을 알리는 출발점이다. 하지만 절충이나 경쟁 우선순위에 대한 중요한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가치는 조직 내 개개인의 의사결정 방향을 안내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 이 점이 원칙과의 차이점이다. 가치는 전략이 아니라 열망을 전달한다. 원칙은 보다 유용하다. 예컨대 "제품 우수성"이 가치라면 "우리가 직접 사용하기 전에는 제품을 출시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연구를 통해 강력한 원칙은 다섯 가지 중요한 특징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 구별됨(Distinctive) 

원칙은 특정 조직 고유의 것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경쟁사와의 원칙과는 상당히 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투자 플랫폼 로빈후드마켓(Robinhood Markets)은 소매 고객이 투자 앱을 통해 쉽고 저렴하게 공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필진 중 한 명인 스콧은 로빈후드의 전 이사회 구성원이다.) 다른 많은 중개회사와 달리 로빈후드는 순수한 이익보다 고객을 우선시해 "안전 우선" "참여가 힘" "급진적 고객 중심"과 같은 원칙을 개발했다. 2018년 12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소수의 옵션 거래 주문이 잘못 제출돼 고객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어떤 주문이 영향을 받았는지 확신할 수 없어서 로빈후드는 옵션 거래를 완전히 중단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허용할 것인지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 거래를 중단하면 고객이 옵션 거래에 참여하지 못하게 돼 전반적인 시장 참여가 감소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영향을 받지 않은 거래의 진행을 막는 것은 로빈후드의 참여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거래를 계속하도록 허용하면 수익 손실과 부정적인 여론이 발생할 위험이 있고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시되지 않을 수 있다. 로빈후드는 원칙에 따라 신중한 검토 끝에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2시간 동안 거래가 중단되고 주문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결정을 내릴 때 로빈후드는 참여보다 안전 우선을 우선시했다. 원칙은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기업이 원칙을 실행하는 방법에도 도움이 된다.


2) 논쟁적임(Debatable)

양심에 따라 원칙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태블로 소프트웨어는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를 재정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PDF 내보내기 및 3D이미지와 같은 구식 기능을 배제한다.(스콧은 태블로의 전 이사회 멤버이기도 하다.) "고객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다른 제품을 원하는 영업 리드는 포기하라" 등의 원칙은 많은 사람들, 특히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신생 기업에는 직관적으로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태블로가 인기를 얻고 처음에 제외했던 기능에 대한 요청에 직면했을 때 유용하게 사용됐다. 대규모 주문과 손쉬운 성장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원칙에 충실했다. 그 이유는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찬 샤보가 직원과 고객 모두를 위한 실질적인 풀뿌리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해 영업 전략을 원칙에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칙이 효과적으로 전달되면서 시간이 지나며 응집력 있는 영업팀과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3) 이식 가능함(Transferable)

원칙은 여러 사업부와 역할에 걸쳐 다양한 시나리오에 적용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설명돼 있어야 한다. 구글은 "전 세계의 정보를 정리해 보편적으로 접근 가능하고 유용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사명을 가진 인터넷의 선구자로 잘 알려져 있다. 구글이 직원들에게 전파한 잘 알려지지 않은 핵심 원칙도 있다. "사용자에게 집중하면 다른 모든 것은 따라온다." 하지만 이 원칙이 반복적으로 적용됐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며 조직이 내린 많은 중요한 결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검색, 지메일, 지도와 같은 최고 품질의 웹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 수익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하는 구글의 전략은 사용자 중심 원칙과 일치한다. 사용자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단순한 홈페이지 인터페이스를 유지하고 깔끔한 사용자 환경을 위해 방해가 되는 광고를 제거하는 등의 결정을 내리는 데도 이 원칙이 영향을 미쳤다.


4) 필수불가결함(Integral)

원칙은 조직이 하는 일의 핵심이며 업계에서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 매일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전력 없이 살아가는 세상에 저렴하고 접근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블룸에너지(Bloom Energy / 스콧이 이사로 재직했던 회사)를 예로 들어보겠다. 블룸이 이런 사명을 달성하는 방법을 회사의 원칙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기술 혁신을 핵심 역량으로 삼아야 한다." 블룸은 정부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에너지국(DoE)으로부터 1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았을 때 딜레마에 직면했다. DoE의 규정을 준수하면 그에 맞춤화된 제품을 개발하게 돼 광범위한 접근성이라는 회사의 사명에 위배될 가능성이 컸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블룸은 DoE 제품 개발에 집중할지, 아니면 전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지 결정해야 했다. 블룸의 CEO인 K.R. 스리라드(K.R. Sridhar)와 투자자들은 블룸의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 보조금을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의 결정은 직원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블룸의 사명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5) 회사를 정의함(Company-defining)

원칙은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우선시되는 규범을 확립한다. 세계 최대 기술 기업인 애플은 소비자가 경쟁사 제품보다 자사 제품을 선택하는 주요 이유로 개인정보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선전한다. "개인정보 보호는 기본적인 인권"이라는 이해관계자 원칙을 표명하고 있다. 2015년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의 인랜드 리저널 센터에서 14명이 사망하고 많은 사람이 부상을 입은 테러가 발생한 후, FBI는 법원의 명령을 받아 애플로부터 용의자 휴대저노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아이폰에 백도어를 만들도록 요청했다. 애플은 법원 명령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 조치는 고객과 직원들에게 이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노력할 것인지를 분명히 했다.



2. 원칙이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하는 방법


원칙은 중요한 전환점에서 직원들에게 이정표를 제시해 조직의 의사결정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경영진이 고객, 직원, 투자자 및 기타 이해관계자에게 어려운 선택의 근거를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넓지 않고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정의된 원칙은 리더의 손을 묶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표현의 자유가 우위에 있다는 원칙만 내세우면 어떻게 될까. 혐오 발언이 확산되기 시작하면 플랫폼이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이런 결정은 고객과 직원 모두와의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


반대되는 예로 특정 콘텐츠의 중재 관련 결정을 내린 플랫폼 회사에서 이를 지지하지 않는 직원들에게 결정에 대해 설명할 때 미묘한 원칙을 사용해 "우리는 이 포럼에 등장하는 많은 자료를 알고 있고 불쾌감을 느끼지만 비폭력적인 성격을 고려해 해당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 위해 우리는 사용자 안전의 중요성, 표현의 자유의 가치, 기술 버시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에 대한 원칙과 씨름했다. 다른 상황에서는 다른 원칙이 승리할 수도 있다"라고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 일부 직원들은 회사가 잘못된 원칙을 우선순위에 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레임워크를 이해하면 자신과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회사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향후 유사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원칙 자체에 대한 포괄적인 토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hbrkorea.com/article/view/atype/ma/category_id/7_1/article_no/2092/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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