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성아 Apr 04. 2024

옳은 선택이 아닌, 선택을 옳게 만드는 힘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 이야기

1. "주머니에 10원짜리밖에 없어도 그 10원짜리로 이길 방법을 찾는다."


어린 시절 김성근 감독의 집은 가난했습니다. 도시락 반찬은 간장이었고, 야구공 살 돈이 없어 신문에 실린 투수 사진을 보고 따라 하며 매일 돌멩이 200개를 던졌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1962년 재일교포 학생야구단으로 한국땅을 밟았지만, 왼팔 부상을 입게 되며 선수생활은 짧게 끝났습니다. 절망했을 법도한데, 그는 야구장에서 '살아남겠다'는 생각에 집중했습니다. 


그는 야구를 시작하고 자신의 달리기 속도가 느리다는 걸 깨닫고 매일 한 시간씩 내리막길을 뛰었습니다.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소속팀이었던 기업은행에서 일반 사무직으로 일할 때도 언젠가 올 또 다른 기회를 잡기 위해 매일 달렸습니다. 지금 상황이 어떤지,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어떻게 하면 야구를 할 수 있느냐'에만 집중한 겁니다.


81세에도 선수들에게 매일 펑고(타격 연습을 위해 공을 치는 일)를 수백 개씩 던져주는 감독으로 일하는 것도 '하고자 하는 의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게는 한계도, 제약도, 핸디캡도 없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머니에 10원짜리밖에 없어도 그 10원짜리로 이길 방법을 찾는 게
60여 년간 내가 야구를 해온 방식이다.



2. 팀원들의 잠재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다면 리더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작은 팀을 크게 키우는 사람입니다. 쌍방울레이더스를 리그 꼴찌에서 2위로 만들었고, 신생팀이었던 SK와이번스의 감독을 맡아 1년 만에 통합 우승을 거뒀습니다. 김 감독은 성과를 못 내거나 기대만큼 역량 발휘를 못하는 팀원이 있다면 '이 사람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를 고민하고 함께 노력하는 게 리더가 할 일이라고 말합니다. 각기 다른 소질과 성격, 특성을 가진 팀원들이 잠재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다면, 바른 길을 제시하지 못한 리더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3. '비상식'이 상식이 되어야 합니다.


김성근 감독은 쌍방울레이더스 감독으로 있던 시절, 그는 늘 비난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한 회에 투수를 3명씩 쓸 정도로 잦은 교체 전략 때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야구가 아니라며 비난했습니다. 투수를 여러 번 교체한 탓에 중간에 등장한 불펜 투수(선발 투수가 마운드에서 내려가면 나오는 투수)가 승리를 이끄는 일이 잦자 특정 선수를 챙겨주는 꼼수라는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그러나 '잦은 투수 교체'는 꼴찌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김 감독만의 전략이었습니다. 쌍방울레이더스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팀의 지난 3년간의 데이터를 꼼꼼히 살폈습니다. 승률은 낮지만 1회에 찬스가 많았고, 8~9회쯤 어김없이 역전당한다는 특징과 특출 나게 잘하는 투수가 없다는 문제를 찾았습니다. 김 감독은 알맞은 투수를 제때 써 전력을 극대화하는 '벌떼 야구'로 승부를 봤습니다. 


그가 '벌떼 야구'를 도입한 당시에는 투수를 자주 교체하는 게 비상식적인 방법이었지만, 지금은 상식이 됐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결국 김감독의 방법은 비상식이 아니라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다만, 단순히 다른 걸 의미하기보단 "답이 없을 때는 상식을 벗어나 내 머릿속에 있는 걸 꺼내라"는 의미입니다. 남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시각말입니다.



4.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선택을 옳게 만듭니다.


통산 1384승. '82세 현역' 김성근 감독은 지도자로 일하는 동안 승리한 횟수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경력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시각으로 선택을 합니다. 결국 이전에 본 적 없는 '벌떼 야구'를 만들어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벌떼 야구가 패배했다면 김성근 감독은 포기했을까요? 오히려 벌떼 야구가 성공할 때까지 수많은 시도를 했을 겁니다. 결국 벌떼 야구가 옳았던 것이 아니라, 옳은 선택이 된 것입니다. 결국 성공한 사람은 옳은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선택을 옳게 만듭니다. 리더십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수많은 두려움과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이 보장된 선택은 없습니다. 내가 결정한 그 선택이 옳은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합니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7061


매거진의 이전글 본캐를 키운 부캐의 '꾸준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