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터 출신 치과위생사가 알려주는 스피치 브랜딩
이번 글에서는 지난 글에 이어 전화응대에 대해 기록한다.
(지난 글 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lifeartist/22)
총 10가지 전화응대 방법이며 순서에 따라 전화응대를 할 경우 자연스럽게 통화할 수 있다. 글에서 소개된 상황 이외의 상황과 마주하더라도 전화 내용을 메모하는 습관, 그리고 확인 후 다시 연락드리겠다는 멘트만 잊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원과 일하다 보면 왕왕 만나는 상황이 있다. 다른 업무로 바쁠 때 신입 직원이 불가피하게 대신 전화를 받게 되는 경우인데 본인이 아는 만큼만 설명하다가 "잠시만요."라며 나를 급하게 바꿔주는 경우다. 이럴 경우 누가 어떤 상황으로 전화를 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내가 다시 질문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그럴 경우는 환자(고객)에게 짜증 섞인 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방금 전화받은 그분한테 다 말했는데, 또 말해야 되나요?" 환자(고객)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법도 하다. 앵무새도 아니고 같은 말을 다시 반복해야 하니 말이다. 이 같은 경우, 이미 우리 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물론 바쁜 선배를 도우고 싶은 마음과 전문가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게 힘들어 자신이 아는 선에서 말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를 때는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어설픈 대답은 오히려 상대방으로 하여금 더욱 날 신뢰할 수 없는 이미지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잘 몰라요."라고 답하라는 게 아니다.
그럴 때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말씀하신 내용은 담당자분이 따로 계십니다. 담당자분 연결해 드릴게요."라며 상급자를 연결해 주도록 한다. 그리고 전화기 보류나 대기 버튼을 누르고 상급자에게 통화 내용을 간략하게 전달해야 한다. 만약 상급자에게 바로 연결할 수 없는 경우라면 "담당자분에게 메모 전달해서 더욱 상세히 상담할 수 있도록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라며 확인해야 할 내용을 메모 후 마무리해 주는 게 좋다.
전화 응대 매뉴얼이 있는 곳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없다 해도 좌절하지 말라. 전화 응대를 하며 자주 만난 질문들을 리스트화 시켜 답변을 만들면 그게 매뉴얼이고 스크립트이다. 간단하게 병원 위치를 묻거나 진료 시간 등 누구나 같은 내용으로 전달할 수 있는 내용들은 보기 편한 곳에 답변을 만들어 붙여놓자. 다만, 꼭 확인이 필요한 부분의 질문 답변은 상급자에게 피드백을 받고 만들도록 하자. 나만의 언어로 전달되다 보면 전달하는 사람마다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그래서 선배가 통화할 때, 잘 듣고 기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선배에게 많이 물어보길 바란다. 질문을 리스트화 시켜 잘 모르는 부분은 묻고 또 한 목소리로 전달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회의를 통해 수정 보완해나갈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그러니 고객에게 듣는 질문을 리스트 화해서 상급자에게 질문하길 바란다.
가끔 두서없이 길게 말하는 고객을 만나게 된다. 이런 분들과 통화하다 보면 기본 15분은 훌쩍 넘어간다. 물론 컴플레인 전화나 상담 전화 등 불가피하게 길어지게 되는 전화가 있지만 그런 전화는 대부분 상급자가 통화하게 된다. 장황하게 의사전달을 하는 사람과 통화를 할 경우에는 내용의 핵심을 파악하고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
예를 들어,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워서 몸보신도 할 겸 어제 점심에 삼계탕을 먹었거든요. 그 oo동에 삼계탕 맛집 알죠? 거기 한번 가봤는데. 너~무 맛있더라고. 얼마나 맛있었으면 내가 살코기인 줄 알고 뼈다귀를 잘못 씹었지 뭐예요. 그래도 내가 아픈 걸 참고 다 먹었는데, 그 뒤로 음식만 입에 들어가면 아파. 찬 거도 아프고 뜨거워도 아프고. 근데 내가 또 이가 아프다고 먹는 걸 참을 수 있나. 다들 먹고살자고 하는 일들인데..."
이때는 이야기를 다 듣기보다는 재빨리 주요 내용을 캐치해서 다시 말하고 액션으로 취할 수 있는 대화로 넘어와야 한다. "삼계탕 맛있으셨겠어요. 그런데 뼈를 씹으시다니.. 엄청 놀라셨겠어요. 계속 아프시다니 지금 식사하기 많이 불편하실 텐데.. 얼른 진료받으러 오셔야죠. 제가 최대한 빨리 진료 봐드릴 수 있는 날짜와 시간대로 알아봐 드릴게요. 00일 시간 괜찮으신가요?"라며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질문과 대화로 이끌어야 한다.
대신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상대가 불쾌할 만큼의 흐름이 뚝 끊기는 일방적인 대화를 이끌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상대의 말을 한 번 더 되짚어주고 감정을 공감해야 한다. 온전히 상대에게 집중하는 통화가 가능하면서 다른 업무도 처리할 수 있는 통화 방법이다.
첫인사와 메모, 안내까지 잘했는데 마지막에 인사 없이 끊는 용두사미 통화를 하지 않길 바란다.
전화 통화가 다 끝난 후 전화를 끊을 때 역시 "상담/안내 도와드렸던 OOO이었습니다."라고 인사하자.
첫인사에서 이름을 밝혔어도 통화 내용으로 잊을 수 있다. 이처럼 마무리에서 한 번 더 말한다면 고객은 같은 내용으로 다시 전화를 할 경우, 담당자가 누구인지 또다시 찾고 기다리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생각보다 상대보다 먼저 끊으면 안 된다라는 것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나의 할 말이 다 끝났다고 상대보다 먼저 전화를 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물론, 상대가 먼저 끊어도 된다는 액션을 할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전화를 먼저 상대가 끊는 것을 확인하고 끊더라도 온 훅을 손가락으로 먼저 누르고 소리가 나지 않게 가볍게 전화기를 놔두도록 하자.